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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BBC도 “일본 무역보복, 외교전에 무역을 무기로 이용"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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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전에 무역을 무기로 이용한 가장 최근 사례"

삼성, LG 등 세계시장서 전자부품 공급 절대 우위

갈등 장기화되면 세계 메모리칩 '가격상승' 우려도

중앙일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다룬 영국 공영 BBC의 기사. [B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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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한일 무역갈등을 다룬 기사에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조치를 '외교분쟁에 무역을 무기로 이용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블룸버그 통신 등에 이어 BBC까지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BBC는 또 "한일 무역갈등이 양국간 문제를 넘어 세계 메모리칩과 디스플레이 시장의 공급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BBC는 23일(현지시간) "뜨겁게 달아오른 한일 간 갈등은 외교전에서 무역을 무기로 사용한 가장 최신 사례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말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소개하며 "일본 정부는 7월 한국을 겨냥한 무역 제재 조치를 발표하며 수출 안보를 위한 판단이라고 설명했지만, 많은 이들이 일본의 이런 논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템플대학교 일본캠퍼스의 현대아시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로버트 듀재릭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결정에 대해 한국의 대법원 결정에 대해 보복하고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없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며 "이 이슈는 오늘날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5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양쪽 모두에게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BBC는 또 양국 간 무역 갈등이 세계 전자부품 및 전자기기 공급망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소재의 60%를 수출할 만큼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삼성과 LG가 전 세계 OLED 시장의 90%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을 소개하며 "일본의 무역 제재가 메모리칩과 디스플레이 스크린의 주요 소재의 수출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지만, 수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공급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송은 일본의 무역제재로 전세계 전자제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한국 측 의견에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DBS은행의 마태영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무역제재) 파급효과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주요 재료의 공급 차질은 애플·화웨이·소니 등 다른 세계적인 스마트폰 및 전자기기 생산업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지브 비스워스 IHS 마킷 수석이사도 "한국이 세계 메모리칩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일본의 무역 제제가 길어지면 전세계 전자제품 공급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결국 세계 시장의 수요를 맞추지 못해 메모리칩의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일 무역분쟁이 세계시장에 미칠 영향을 현 시점에서 가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마이크 루소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부사장은 "아직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일본은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보복적(Punitive) 성격이 아니라고 설명했고, 우리 측 관계자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한국 정부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 수출규제 강화 조치의 부당성을 주장할 예정이라고 전하며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를 상대로 여론전을 펼치려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다음 달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 강화된 무역 보복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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