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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임신부까지 폭행한 '백색 테러'···홍콩경찰 "고맙다" 유착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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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백색테러 가담 용의자들과 얘기를 나누는 홍콩 경찰 지휘관. [연합뉴스]


홍콩의 한 지하철역에서 일어난 '백색테러'를 둘러싼 경찰과 폭력배 간 유착 의혹이 더 깊어지고 있다. 백색테러는 지난 21일 밤 11시 위안랑(元朗) 전철역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겨냥해 발생한 폭력 사건이다. 흰 상의로 옷을 맞춰 입은 무리가 위안랑 역사에 난입해 소지하고 있던 쇠몽둥이 등으로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했다. 이로 인해 최소 4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시민들은 폭력을 휘두른 이들이 중국의 전통적 깡패 조직인 삼합회(三合會) 멤버들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의 배후에 친중 세력이 포함된 홍콩 경찰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23일 홍콩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실제 온라인에는 홍콩 경찰과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대화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영상에서 흰 옷을 입은 한 남성은 경찰 지휘관에게 "시위대가 쇼핑몰에 모여있어 매우 골치 아프다"며 "경찰이 이들을 쫓아낼 수 없다면 우리가 대신해서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경찰 지휘관이 남성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맙다. 모두의 도움 덕분에 우리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걱정하지 말아라"고 말했다. 흰 옷을 입은 남성 가운데 한 명은 송환법 반대 시위대와의 충돌로 부상을 당한 경찰을 직접 위로하기도 했다.

이미 경찰은 백색테러 늑장 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사건 당일 홍콩 경찰은 수백통의 신고전화를 받고도 최초 신고 접수로부터 35분 뒤에야 현장 진압에 나섰다. 또 사건 발생 후 위안랑 역 인근에서 흰옷을 입은 남성들을 다수 발견하고서도 체포하지 않고 쇠몽둥이 몇 개만 압수해 늑장 출동과 안이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온라인을 통해 경찰과 흰 옷을 입은 남성들 간 대화 내용이 알려지며 '경찰과 폭력배 간 유착' 의혹이 증폭하고 있다.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지난 22일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폭력배 유착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야당은 관련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세에 나섰다. 범민주 진영의 에디 추 의원은 "폭력배들이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할 때 경찰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이는 경찰과 폭력배가 결탁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홍콩 경찰은 뒤늦게 행동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 22일 밤 백색테러 용의자 6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용의자 가운데는 홍콩 폭력조직 삼합회 일파의 조직원도 포함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온라인 동영상, 제보 등을 바탕으로 이들을 체포했으며, 다른 백색테러 가담자들도 추적하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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