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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5G 국제 표준안 놓고 한⋅중 주도권 경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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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중심 한국⋅화웨이 주도 중국, ITU에 5G 표준안 제출...내년 국제표준 확정

한국과 중국이 5G(5세대) 국제 표준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2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 5G 국제 표준안을 최종 제출한 국가는 한국과 중국, 두 국가 뿐이다. ITU는 국제주파수 분배 및 기술표준화를 위한 UN(국제연합) 산하 기구다. ITU는 2020년 5G 국제표준안을 마련할 예정으로, 두 나라 안 중 하나를 선택할 지 복수안을 모두 반영한 표준안을 채택할 지 미정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5G 표준안 제출을 위해 화웨이·ZTE·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구성했다. 한국 정부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립전파연구원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KT가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제안한 기술은 국제적으로 단일화된 ‘3GPP 승인 기술’ 기반이다. 올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 시 사용한 무선접속기술과 국내 5G 주파수 대역(3.5GHz, 28GHz) 기술 등이다. 3GPP는 전 세계 주요 이통사와 통신장비 제조사들이 참여하는 민간 표준화 기술협력 기구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3GPP도 대다수 글로벌 민간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만큼 중요하지만, 국제적인 공인을 받기 위해서는 ITU에서 표준안이 채택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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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이 ITU에 5G 국제표준안을 각각 제출하며 어떤 표준안이 채택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플리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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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제안한 표준도 3GPP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한국이 제안한 표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ITU 회의에 참석했던 전파연구원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모두 3GPP 기반으로 비슷하지만, 양국이 서로 각자의 기술을 중심으로 별도의 안을 만들어 ITU에 제출하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대형 서강대 교수(전자공학과)는 "ITU에 각 주체(국가)가 올린 표준안을 놓고 투표를 진행해 채택하는 방식"이라며 "5G 표준을 놓고 이미 3GPP에서 많은 조율이 됐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 기술 모두 서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ITU는 외부 논의와 평가를 거쳐 오는 2020년 11월 5G 국제 표준안을 최종 공표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 산하 CCID(중국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의 리전(Li Zhen) 연구원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ITU에 제출한 표준안이 채택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 안이 채택되면 미래 기술 개발에 대한 중국의 발언권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의 이 같은 자신감에는 여러 배경이 깔려 있다. 우선 ITU를 중국인인 자오허우린(麟)사무총장이 이끌고 있다. 물론 ITU 표준화 총국장은 한국인(이재섭)이 맡고 있다. 또 5G 특허도 중국이 압도적이다. 리전 연구원은 "화웨이가 이미 방대한 5G 핵심 기술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게 중국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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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동성 심천시에 위치한 화웨이 본사 전경. /화웨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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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특허 데이터 베이스 기업인 IP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5G통신에서 필수적인 ‘표준필수특허(SEP)’ 출원건수에서 중국은 전체의 34.02%를 차지했다. 특허 3건 중 1건을 중국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25.08%로 국가별 순위 2위에 올랐다.

5G 특허 출원건수가 가장 많은 기업은 중국 화웨이(15.05%)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13.82%로 2위를 기록했고, 3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12.74%, 4위는 LG전자로 12.34%를 차지했다.

중국기업 중에서는 중싱통신(ZTE)이 11.7%로 5위, 중국전신과학기술연구원(CATT)이 9위에 올랐다. 이어 미국 퀄컴(8.19%), 스웨덴 에릭슨(7.93%), 미국 인텔(5.34%) 순이었다.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고 화웨이 규제가 약화될 시 글로벌 5G 표준 선도에 있어 중국이 한국에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화웨이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국내 기업으로서 삼성전자의 역할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3GPP에서도 한국이 제안한 부분이 많이 반영됐고, 5G 표준 기술에서 한국과 중국의 비중을 정량적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ITU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낸 안을 하나로 보고 표준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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