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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SCMP “中, 홍콩에 비상계엄 선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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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중국이 비상계엄 선포 등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 시위에 대해 "중국은 원한다면 이들(시위대)을 진압할 수 있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책임감있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에 대한 대응 수위를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트럼프 대통령의 ‘칭찬’이 무색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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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정문의 중국 정부 휘장이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뿌린 검은 페인트로 뒤덮여 있다. /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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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민일보, 신화통신, CCTV방송 등 중국 국영 언론은 지난 21일 홍콩 시위대 중 일부가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을 공격한 것을 집중 보도했다.

홍콩 시위대는 중국 정부를 상징하는 붉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고 날계란을 던졌다. 청사 벽에는 스프레이를 이용해 반중 구호와 욕설을 그렸다.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시위대가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밤 홍콩 북서부 위안랑 지하철역에선 송환법 반대 시위자들을 겨냥한 ‘백색 테러’가 발생했다. 각목과 쇠파이프를 든 흰색 옷을 입은 남성 수십명이 시위자들을 무차별 폭행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이 사건에 대한 보도는 전혀 없었다.

이에 중국 본토에서는 송환법 반대 시위자들을 향한 비난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인들은 홍콩 시민들이 폭력적으로 중국의 상징을 훼손하는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도 홍콩 시위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리모씨는 "처음엔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우려를 이해하고 그들을 지지했다"며 "그러나 이런 급진적 행보는 그들이 정말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내에서 홍콩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는 것은 중국 정부의 대(對)홍콩 강경 노선을 부추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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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밤 홍콩 북서부 지역 위안랑(元朗) 지하철역 안에서 흰색 셔츠와 마스크 차림의 남성들이 각목과 쇠파이프로 송환법 반대 시위대와 시민을 무차별 폭행하고 있다. /S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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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페이룽 베이항대 로스쿨 부교수는 "홍콩 시위가 계속되고 홍콩 정부가 지금의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중국 정부가 나설 수 있다"며 "상황이 악화되면 중국 정부는 홍콩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본토법을 적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상황을 정리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민간 싱크탱크인 선전종합개발연구원의 구오 완다 부원장도 "홍콩 시위에서 폭력 사태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강경책을 부추길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기본법 18조를 근거로 강경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조항은 홍콩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국민통합이나 안보에 위협이 되는 혼란이 발생할 경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결정으로 홍콩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중국 정부는 홍콩에 본토법을 적용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쉽게 홍콩 내정에 관여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주제스 우한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홍콩의) 상황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중국 관영 매체의 논평을 보면 중국 정부는 여전히 (홍콩에 대한 조치를)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음달 초로 예정된 중국 전·현직 지도부의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 회의도 주목된다. 이번 회의에서 홍콩 사태에 대한 대응책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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