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남극서 겨울잠 자던 '크릴'마저 깨운 적도의 이상 기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극지연 연구진, '사이언티픽 리포트' 게재

뉴스1

남극 크릴(극지연 제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적도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이 남극에서 겨울잠을 자는 '크릴'과 같은 동물플랑크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 극지연구소는 나형술·박기홍 극지연 박사 연구팀이 저위도 이상기후 현상으로 발생하는 남극 기압 세기에 따라 남극 크릴이 심해에서 머무는 시간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크릴과 같은 남극의 동물플랑크톤은 여름철에 바다 표층에서 식물플랑크톤을 먹고 영양분을 축적한 다음 수백 미터 아래로 내려가 겨울을 보낸다. 이때 겨울잠을 잔다고 표현한다.

연구진이 저위도와 남극 크릴의 행동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 저위도에서 '엘니뇨 현상'이 강했던 2010년에는 크릴이 수심 520m에서 약 200일을 보냈다. 하지만 저위도에서 '라니냐 현상'이 발생했던 2013년에는 크릴이 465m 수심에서 90일 가량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니뇨 현상은 동태평양의 바닷물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으로, 저위도 부근에서 엘리뇨 현상이 발생하하면 남극에 고기압이 형성된다. 하지만 저위도에서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내려가는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면 남극에 저기압이 형성된다.

2013년 여름 아문젠해에는 햇빛을 막는 바다얼음이 두껍게 발달해 식물플랑크톤이 번성하지 못했고 겨울을 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모으지 못한 크릴은 2010년 겨울 체류기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새로운 먹이를 찾아 표층으로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저위도에서 엘리뇨나 라니냐 같은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면 남극 기압 세기에 영향을 미치고 깊은 바다에서 크릴의 행동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남극 바다에서의 동물플랑크톤 움직임은 거의 확인된 것이 없었다. 연구팀은 앞으로 해양 생물학적 펌프에 기여하는 동물플랑크톤의 역할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윤호일 극지연 소장은 "증상 분석과 정밀검사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것처럼 극지에서 확인되는 여러 변화를 과학적으로 관찰·분석해 이상기후 원인과 대응책을 찾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나형술·박기홍 극지연 박사, 하호경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스웨덴 고텐버그대학교·미국 스탠퍼드드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약 4년간의 장기 관측을 통해 밝힌 연구 성과다.

이 내용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7월호에 실렸다.
somangchoi@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