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관세 부담 1년에 19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
23일(현지 시각) 오전 테리사 메이 총리를 이을 영국 신임 총리가 정식 발표된다. 이변이 없는 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강경론자’인 보리스 존슨(55) 전 외무장관이 신임 총리에 오를 전망이다. 존슨이 총리가 되면 ‘노딜 브렉시트(유럽연합과 합의 없는 브렉시트)’ 관련 영국 정치·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 당원 16만명을 상대로 한 우편투표 결과를 토대로 보수당 신임 대표가 23일 오전 정해지면, 신임 보수당 대표는 메이 총리의 영국 총리직을 자동 승계하게 된다.
자극적인 언사와 독특한 헤어스타일 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연상케 해 ‘영국의 트럼프’로도 불리는 존슨은 큰 표차로 무난히 신임 총리에 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당 의원과 유권자의 3분의 2가량이 존슨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슨은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과 양자 대결을 벌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을 본 뜬 풍선 인형.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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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은 오는 10월 유럽연합(EU)과 합의 없이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보수당 내부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장·차관들이 잇따라 사퇴하거나 사의를 표했다. 앨런 덩컨 영국 외무부 부장관은 지난 22일 메이 총리에게 사임 의사를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이를 두고 이전부터 존슨을 비난해 온 덩컨 부장관이 존슨이 신임 총리가 될 가능성이 커지자 알아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는 존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존슨과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은 지난 20일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광장에 모여 ‘노 투 보리스, 예스 투 EU(No to Boris, Yes to EU)’를 외쳤다. 반(反)트럼프 시위 때 자주 쓰이는 대형 풍선 인형까지 이번 시위에 등장했다. 덥수룩한 금발 머리인 존슨의 모습을 본 따 인형 위쪽에는 그의 헤어스타일을 희화한 금색 뿔이 여럿 달렸다.
인형 몸통에는 ‘£350m’라는 문구가 시선을 잡아끈다. 이는 2016년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당시 존슨이 브렉시트를 지지하며 "영국이 매주 EU에 3억5000만파운드(약 5100억 원)를 보낸다"고 말한 걸 풍자한 것이다. 이 주장이 가짜 뉴스로 판명 난 후에도 존슨은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
영국 예산책임처는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할 경우 영국 경제가 불황에 빠질 것이라고 지난 18일 경고했다. 예산처는 보고서에서 "노딜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과 EU 간 교역 시 평균 4%의 관세가 적용돼 2020년 말까지 경제 규모가 2%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공공채무는 2021년까지 300억파운드(약 44조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지난달 12일 공식 선거 캠페인 개시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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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화 가치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서둘러 유로화로 갈아타라’는 조언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파운드화 가치가 1.00~1.10달러(약 1179~1296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약 3년간 유로화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14%나 하락했다. 달러화에 비교하면 현재 1파운드에 1.25달러(약 1473원) 수준이다.
앞서 영국중앙은행도 노딜 브렉시트가 벌어질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보다 더 큰 충격이 강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한꺼번에 철수하면서 대량 해고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또 갑자기 EU 국가들과 사이에서 관세 장벽이 생기고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물류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기업의 탈(脫)영국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 경제권을 빠져나가면 EU와 교역할 때 관세를 물어야 하는데, 영국 정부는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업들의 관세 부담이 앞으로 1년간 130억파운드(약 1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에 있는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이 지속하면서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파나소닉은 지난해 10월 런던에 있던 유럽 본사를 암스테르담으로 옮겼다. 지난 4월 뉴욕타임스(NYT)는 275개 이상의 회사가 직원과 법인 등을 영국에서 다른 유럽 국가로 옮겼거나 옮기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요타·BMW·에어버스는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영국에서 생산시설을 철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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