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가습기살균제 수사, 8년만에 마무리…과실치사·증거인멸 등 34명 기소(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미호 , 최민경 기자] [the L]제조·판매업체 과실과 건강피해 인과관계 규명 '성과'…일부 수사 미흡 한계도

머니투데이

권순정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앙지검에서 '가습기살균제' 재수사결과 브리핑 준비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 6389명, 이 가운데 사망자 1403명, 정부 인정 피해자 800여명(정부 추산·올해 5월 3일 기준).'

검찰이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유통·판매해 막대한 피해를 준 업체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기소한 뒤 수사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재수사에 들어간지 8개월만이자, 피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때로부터 8년여 만의 결과다.

◇과실치사상·증거인멸 등 혐의 적용

혐의별로 보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이 구속기소 한 피의자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68) 등 3명, 불구속 기소한 피의자는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60) 등 15명이다. 이들은 CMIT·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를 이용해 가습기살균제를 개발·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또 같은 혐의로 최모 전 SK케미칼 SKYBIO 팀장(54)을 구속기소 하고 팀장과 팀원 등 3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의 독성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옥시와 홈플러스,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로 쓰도록 해 인명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증거인멸·은닉 혐의로 박모 전 SK케미칼 윤리경영부문장(52)과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62) 등 3명을 구속 기소 하고 이마트 품질관리담당 상무보 등 6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또 SK케미칼 법인과 박 전 부문장 등 2명, SK이노베이션 법인과 법무팀장 등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했다. 해당 법이 제정된 이후 적용한 첫 사례로,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이나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 혹은 거짓 자료 등을 제출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박 전 부문장 등 5명은 2013년 정부부처 조사, 수사 및 소송, 언론보도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한 '가습기살균제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며 부실 검증 자료를 은닉한 혐의를, 이마트 품질관리담당 상무보는 지난 1월 검찰 압수수색 당일 가습기살균제 담당 직원의 노트북 1대를 숨기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고 전 대표 등 3명은 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태 수사가 본격화된 뒤 연구소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이메일을 삭제할 것을 지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전 국회의원 보좌관 양모씨(52)를 구속기소하고 수뢰후부정처사, 공무상비밀누설 및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환경부 서기관 최모씨(44)를 불구속기소 했다.

양씨는 사회적참사 특조위 소환 무마 등을 알선하는 명목으로 애경산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최씨는 애경산업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수수하고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를 비롯한 각종 내부 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관련 자료들을 삭제할 것을 애경산업 직원에게 조언한 혐의다.





◇성과 그리고 한계

검찰은 2016년 검찰의 1차 수사 당시 미흡하다고 지적된 CMIT·MIT 성분 제조·판매업체들의 과실을 명백히 규명했다는 점을 최대 성과로 꼽았다. 기업들의 과실과 건강상 피해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번 수사를 통해 기업들의 과실을 규명했다는 점에 의의를 뒀다.

또 지난 1994년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할 당시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와 구(舊)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연구원 연구노트를 압수수색하고 자료분석을 한 결과,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함께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해 판매할 때도 마찬가지로 '부실 개발'이 됐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검찰 관계자는 "PHMG는 흡입독성 관련된 제품에 적용하면 안 된다"면서 "SK직원들이 피부 독성이나 안구 독성 등 독성정보를 일부 은폐하거나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서 건강 피해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전체적으로는 1차 수사때 22명에 그쳤던 기소 대상이 2차 수사때 34명으로 증가했다는 점도 수사팀의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과 정부 책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미흡한 점으로 평가된다.

검찰은 고발 대상이 됐던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에 대해서는 비공개 소환 및 서면 조사 등을 거쳐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가습기살균제 원료 인허가 과정과 제품 출시 과정에서의 책임을 묻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평가됐다.

검찰은 향후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재판을 전담하는 '특별공판팀'을 구성해 공소유지를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고, 피해자들이 피해를 회복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옥시레킷벤키저 외국인 임원에 대해서도 인터폴 수배 절차를 진행해 추적하는 등 관련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머니투데이


이미호 , 최민경 기자 best@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