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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압수수색 대비해 자료 삭제하라"…환경부 공무원까지 '진상' 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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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애경·환경부 공무원 이어 특조위 소환 무마 브로커까지

34명 기소 중 '증거인멸' 등 진상 규명 방해 혐의로 12명 재판에

검찰 "특별공판팀 구성…책임 상응하는 형 받도록 공소유지 만전"

CBS노컷뉴스 김승모 기자

노컷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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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진상을 숨기려 한 조직적인 범행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사실이 검찰 재수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유통·판매한 기업뿐만 아니라 주무부처인 환경부 소속 공무원까지 증거인멸 범행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23일 홍지호(68) 전 SK케미칼 대표 등 관련자 34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지난 1월 가습기살균제 재수사에 착수한 지 7개월여 만에 마무리했다.

◇환경부 공무원도 연루된 증거인멸 정황

재판에 넘겨진 34명(법인 2곳 포함) 중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발생 책임을 묻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아닌 진상 규명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인물만 12명이다.

전체 인원 가운데 30%가 넘는 인물이 진상 규명 활동을 방해하는데 가담한 셈이다.

이들 가운데는 주무부처인 환경부 공무원도 포함됐다

환경부 서기관인 최모(44)씨는 2017~19년 애경산업 측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 등을 받고 그 대가로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와 원료물질인 CMIT/MIT가 함유된 가습기살균제 건강영향 평가 결과보고서 등 각종 내부 자료를 제공한 혐의(수뢰후부정처사·공무상비밀누설)로 재판에 넘겨졌다.

환경부 내부 자료에는 당시 국정감사 답변 자료나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한 환경부 입장이나 정책 방향을 알 수 있는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애경산업 직원에게 '검찰 수사가 개시될 것으로 보이니 수사에 대비해 가습기살균제 관련 자료들을 삭제하라'고 알려준 혐의(증거인멸교사)도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주 범죄 혐의와 죄질을 고려해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가 이미 상당부분 수집돼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구속의 필요성 등을 인정하지 않았다.

◇SK케미칼·애경, 조직적 방해…브로커 개입 의혹도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 내에서도 조직적인 증거인멸 작업이 확인됐다.

검찰은 박모 전 SK케미칼 윤리경영부문장을 증거인멸과 은닉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박씨는 2013년 정부부처 조사와 수사 및 소송, 언론보도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한 '가습기살균제 TF' 활동 과정에서 안정성 부실 검증 사실이 확인되는 핵심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를 숨기고 각종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구속기소한 박씨를 비롯해 양모 법무실장 등 전·현직 SK케미칼 임직원 총 5명을 증거인멸·은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애경 측도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고모 전 애경산업 대표와 양모 전무가 구속기소되는 등 전·현직 임직원 총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외에도 이마트 품질관리담당 임원이 검찰 압수수색 당시 가습기살균제 담당 직원의 노트북을 숨기도록 한 혐의(증거은닉교사)로 전날 불구속기소됐다.

한편 진상 규명을 방해하려는 시도 과정에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인물도 연루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보좌관 출신인 양모씨가 애경 측으로부터 6천만원을 받고 지난해 하반기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상대로 가습기살균제 사태 무마를 위한 접촉에 나선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양씨는 재판 과정에서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는 해당 회사(애경)의 대관부서 창설을 위한 컨설팅 대가로 지급받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檢, '가습기특별법' 첫 적용…SK케미칼·SK이노베이션 기소

이 밖에 검찰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가습기특별법)' 위반 혐의를 처음으로 적용해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 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증거인멸·은닉 혐의를 받는 박 전 윤리경영부문장 등 SK케미칼 임원 3명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 직원 1명이 새로 포함됐다.

이들 회사와 관련자들은 지난해 1월 환경부 현장조사 당시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없다면서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습기특별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이들 업체와 임직원들이 환경부가 요구한 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아 진상 규명이 늦어지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사태 발생 후 검찰 수사 등에 대비한 기업들의 조직적인 증거인멸과 은닉 행위를 적발해 주요 가담자들을 재판에 넘겼다"며 "이번 사건 공판을 전담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공판팀을 구성해 책임자들이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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