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계속되는 암울한 송환법 시위…홍콩 뒤덮은 '죽음의 그림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젊은 시위자들 자살…시위규모 줄어도 강도 높아져

중국 정부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도 대두

뉴스1

홍콩 입법회 건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시위자를 기리는 제단 © 로이터=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캐리 람 행정장관의 두 번의 사과와 법안이 '죽었다'는 사망 선고에도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을 둘러싼 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2014년 민주화 시위의 상징인 '노란 우산', 6월16일 홍콩의 미래에 비관한 첫 자살자가 입었던 '노란 우의', 시위대의 '검은 복장', 시위대를 지하철 역사 등에서 무차별 폭행한 '흰 옷을 입은 테러단'까지 홍콩은 흑백의 비장한 색깔과 위험을 경고하는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올해 홍콩의 반송환법 시위는 2014년 민주화 운동과 비교해 더 폭력적이며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79일간 계속됐던 2014년 시위에선 자잘한 마찰은 있었지만 대체로 평화적이고 낙관적인 분위기였다. 고등학생을 포함해 젊은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보급 텐트를 치고, 숙제를 할 수 있는 구역도 마련해 과제물을 하기도 했다.

당시는 민주주의가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시위가 끝난 후 몇년간 주동자들은 투옥되고 목표로 삼았던 것 중 실현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홍콩 링난대의 위안 후이시(袁瑋熙) 교수는 올해 시위는 몇년간 쌓였던 분노와 불신을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분노는 당국의 과잉 진압에 더 악화됐고 캐리 람 행정장관의 법안 철회가 아닌 보류, 경찰 진압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등의 다른 요구사항 묵살에 더 폭발했다.

게다가 암울한 홍콩의 미래에 괴로워하면서 네 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까지 발생하자 시위는 이제 비장해지기까지 했다. 시위대는 정부 때문에 자살했다고 이들을 '순교자'라고 불렀고 '우리를 죽이지 말라'(Stop Killing Us)고 쓴 붉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홍콩은 민주주의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중국 손으로 주권이 넘어갔고, 중국은 50년간은 홍콩의 자유를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앞으로 30년도 채 안 남은 기간 후면 홍콩이 집회나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중국의 한 도시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출구가 없는 홍콩의 미래 때문에 이들이 희망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반송환법 시위는 지난 6월9일과 16일 각각 100만명과 200만명이 모인 반면 지난 21일에는 약 43만명이 모였다. 하지만 행진이 끝난 뒤 거리에 남아 경찰과 대치한 이들의 수는 점점 많아지고 대치하는 강도도 높아졌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한 대학이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80%가 시위대의 폭력 행사를 이해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정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상태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마위(馬嶽) 홍콩 중문대 교수는 반송환법 시위가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처럼 집요한 운동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반송환법 시위는 즉흥적이고 예측불허라 경찰을 지치게 할 것"이라면서 "정부가 법과 질서를 되찾는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그는 시위대의 요구 사항 가운데 하나인 경찰의 무력 사용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만 실행되어도 위기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긴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시위자들은 멈추고 싶지만 그럴 명분이 없어 멈추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반송환법 시위가 정부와 경찰만을 겨냥할 뿐 아직까지는 사유재산을 습격하거나 명품 매장을 목표로 하는 무차별적인 폭력성을 보이지 않는 점은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을 공격한 것 때문에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우려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언론은 연락판공실 공격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반면 삼합회로 추정되는 백색 테러단이 시위대를 공격하는 것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톈페이룽 베이항대 교수는 “홍콩의 사태가 더욱 악화되면 베이징 정부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시위 진압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홍콩 기본법 18조에 따르면 홍콩이 국가의 단합을 해친다고 판단하면 전인대의 결정을 통해 홍콩에 중국의 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스1

홍콩 시위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ungaungae@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