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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한국당, 사개특위 손에 쥐고 ‘검찰과의 전쟁’ 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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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KT에 딸을 부정 채용시킨 혐의로 자신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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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검찰에 ‘일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검찰이 최근 김성태 의원을 자녀 KT 부정채용 의혹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자 “야당 탄압”이라며 검찰 비판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의원이 직전 원내대표를 지내 당내 무게감이 있지만, 의원 개인의 기소 건을 당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이례적인 측면이 있다. 이 싸움엔 한국당이 ‘믿는 구석’도 있어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다루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위원장을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김성태 의원 기소에 대대적으로 반발했다. 권성동 의원은 23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그야말로 직접증거도 없고 간접증거도 없다”며 “법원에서 정말 합리적인, 양심적인 법관을 만난다면 100% 무죄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자신을 기소한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직접 검찰 규탄 1인 시위에 나섰다. 김 의원은 시위 중 “제아무리 정권에 부역하는 정치 검찰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사법질서를 교란하는 무리한 기소와 억지 논리는 안 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은재·장제원·임이자 의원 등이 시위에 함께 했다.

당 지도부도 지원했다. 신보라 청년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원 기소를 두고 “‘친여무죄, 친야유죄’, 진실과는 상관없는 검찰의 태도를 성토한다”며 “댓글공작, 여론조작 흥정을 농단한 대통령 최측근이 구속된 드루킹 특검 관철의 대가가 이렇게도 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짜맞춰진 각본에 따른 전형적인 정치검찰의 행태이자 야당탄압”(22일 전희경), “유독 ‘김성태’ 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기소에 이르고야 말겠다는 강한 집착과 의지”(21일 민경욱) 등 당 대변인이 공식 논평도 냈다.

김 의원 기소는 그야말로 대표적 ‘정치보복’ 수사란 게 한국당의 시각이다. 권력의 중심부를 겨눈 김 의원의 투쟁에 대한 보복이란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을 주장하며 국회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여당은 결국 특검을 수용했고, 특검은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를 구속했다.

한국당은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검찰 수사가 ‘태산명동서일필(요란하게 시작했지만 결과는 매우 사소함)’로 끝난 점도 지적한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관련 권성동·염동열 의원 무혐의 처분,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관련 권성동 의원 1심 무죄 판결, ‘김학의 사건’ 관련 곽상도 의원 무혐의 처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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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박맹우 사무총장과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정부의 야당탄압 수사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곽상도, 심재철 의원, 박맹우 사무총장, 권성동, 염동열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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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맹우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야당의원에게 자행된 무리한 표적수사의 결과는 대부분 무죄 또는 무혐의로 귀결되고 있다”며 “결국 사실이나 증거보다는 단지 야당의원이라는 이유가 수사진행의 핵심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이것이야말로 ‘신사법적폐’”라고 주장했다. 권성동 의원은 “무리한 수사를 한 검찰이 어디를 가는지 추적해서 영전하고 승진한다면 윤석열(검찰총장) 체제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이 여야 합의로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을 가져가면서 검찰 ‘기선 잡기’에 보다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아예 검찰 출신은 위원장 후보에서 배제하면서 수사권 조정 등 쟁점에서 검찰에 결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수사권 조정이 이슈여서 (사개특위 위원장에) 검찰 출신 의원은 좀 그럴 것 같다.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변호사 출신인 4선 유기준 의원을 사개특위 위원장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엔 검사 출신 의원들이 다수 소속돼 있어 그동안 검찰에 우호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적폐청산 수사가 이어지면서 이제는 검찰에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는 기류도 팽배한 만큼 김성태 의원 기소·사개특위 접수 등을 계기로 ‘친검’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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