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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최경환 "탄핵에 발목 잡혀선 안 돼… 저에게 침 뱉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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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 상실하고 수감 중인 崔, 한국당 의원들에 편지
"朴 잘못 보필해 탄핵에 이르게 하고 막아내지 못한 책임...옥살이는 그 업보"
'국정원 특활비 제도의 희생양'이라며 뇌물죄 적용에는 반박

조선일보

자유한국당 최경환 전 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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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최경환 전 의원이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 더 이상 한국당이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친박(親朴) 실세로 통한 최 전 의원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지난 11일 징역 5년 및 벌금 1억5000만원의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수감 중인 최 전 의원은 이날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탄핵 등과 관련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저 같은 사람이 제일 큰 책임이 있고 당시를 함께 했던 우리 모두가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며 "만일 정치적 희생양이 필요하다면 제가 기꺼이 자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이 단합해 미래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저에게 침을 뱉어달라. 기꺼이 받겠다"고도 했다.

최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잘못 보필해 탄핵에 이르게 하고, 탄핵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은 누구보다 저에게 크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께서 탄핵을 당한 그 순간부터 저는 영원한 정치적 죄인으로 생각하고 스스로를 유배시켰다"고도 했다. 그는 "지금의 옥살이는 그에 대한 업보라고 생각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꿋꿋이 견뎌내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정원에서 1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선 억울함을 피력했다. 그는 "저는 국정원의 예산을 봐주고 뇌물을 받은 적이 결코 없다"며 "국정원 예산이 어떻게 편성됐는지는 이번에 재판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 그런데 어떻게 국정원 예산을 봐주고 뇌물을 받을 수 있겠나"라고 했다. 또 "2014년 정기국회 당시 세월호특별법 문제로 국회가 마비 상태에 빠지자 저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예산안 법정기일 내 통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이런 저를 지원하기 위해 국정원장이 국회 대책비로 쓰라며 떠안기다시피 1억원을 보내왔고 이를 전액 국회 활동에 사용했다"고 했다.

최 전 의원은 "죄가 된다면 국고손실 등으로 처벌받는 것은 몰라도 뇌물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매년 1조원 이상 사용된 특활비에 표적을 정하지 않고 전부 조사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처벌돼야 할지 모를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 "꼭 제도 개선에 나서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국정원 특활비 제도의 희생양이 되어 정치판을 떠나는 사람의 마지막 부탁이라 생각하고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최 전 의원의 편지는 A4 용지 4장 분량으로, 최 전 의원 측이 각 의원실에 직접 전달했다. 편지는 '존경하는 000 의원님'이라며 시작했고, 말미에는 '2019년 7월 한여름 어느 날 의왕에서 최경환 올림'이라고 적었다.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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