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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수십년 이어온 문화·체육 교류…지자체들 연기·취소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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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관계 악화에 “학생·부모들 부담감”…일부선 고민 빠져

저비용항공사 노선 구조조정…일본산 ‘원산지 표기’ 청원도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반일 정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수년간 이어오던 자매·우호도시 방문과 행사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정된 행사를 보류하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원산지까지 확산되고 있다. 불매운동에 이어 일본 여행 취소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 구조조정에 나섰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일본 경제보복조치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철회될 때까지 일본제품 불매와 공무수행을 위한 일본 방문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 지자체들 방일 일정 줄줄이 취소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서 ‘일본 보이콧’에 동참하는 지자체들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강원 횡성군은 오는 26~30일과 다음달 4~8일에 실시할 예정이었던 돗토리현 야즈정과의 어린이 교류 방문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횡성군은 일본과의 교류활동에 참여하는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느낄 부담감을 고려해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경기 양주시는 이달과 다음달 예정됐던 자매도시 시즈오카현 후지에다시와 교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의정부시도 오는 27∼30일 니가타현 시바타시를 방문해 진행할 예정이었던 체육 친선교류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경남 거제시는 오는 31일 후쿠오카현 야메시를 방문해 개최하려던 청소년 문화교류 행사를 취소했다.

행사를 앞두고 고민하는 곳도 있다. 충북 옥천군은 다음달 예정돼 있는 일본 아오모리현 고노헤정과의 학생교류 행사 진행여부를 묻기 위해 지난 19일 교류 참가 예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가졌다고 23일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방문 찬성 12명, 반대 8명 등으로 교류를 진행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옥천군은 한·일관계를 지켜본 뒤 진행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일부 지자체들이 이미 계획해 놓은 일본 방문과 견학을 잇따라 취소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충북 청주교육지원청은 일본 방문을 강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청주교육지원청 직원 2명과 지역 중학교 두 곳의 배구부 학생 24명, 인솔자 6명 등 32명은 23일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돗토리현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양국 학생들 간 배구 교류와 교육과정·홈스테이 교류 협의 등을 위해 일본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2월 청주국제교류회의 요청이 있어 이때부터 교류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일정 취소 등이 어려워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 것”이라며 “특히 학생들을 인솔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교육지원청에서는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불매운동…원산지까지 확산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원산지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국내 식음료 제조업체에 제품 및 포장재의 원산지를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식품이 아닌 포장재 등에 일본산을 쓴 경우에도 불매 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재료, 포장재 등에 일본산이 포함됐다면 일본산 식재료·용기 포함이란 표기를 해야 한다는 법안을 만들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23일 현재 1만2600여명이 이에 동의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 중인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 ‘수입식품 검색’란에서 소비자들은 각 제품 원료 및 용기의 원산지를 검색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문의는 이곳에서 검색한 결과를 토대로 해당 업체에 직접 문의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 일본 노선 앞다퉈 구조조정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일본행 관광객 감소 등으로 노선 구조조정에 나섰다. 에어부산은 대구∼나리타 노선을 매일 1회 운항했으나 9월부터 운항을 중단한다고 23일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주 3회 운항하던 부산∼삿포로 노선과 주 4회 운항하던 부산∼오사카 노선을 9월부터 운항하지 않을 계획이다. 진에어도 10월부터 인천∼후쿠오카 노선을 매일 4회에서 3회로 줄인다. 티웨이항공은 주 3회 운항하던 무안∼오이타 노선을 24일부터 중단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간의 출혈 경쟁에 일본 여행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항공사마다 노선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특정 국가에 편중된 노선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삭·김정훈·최승현·최미랑·김지원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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