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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기재·고용·환경부 뒤늦게 `찔끔 규제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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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 정면충돌 ◆

매일경제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1100여 가지에 달하는 핵심 부품·소재 수출을 규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시화하면서 정부가 핵심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한 각종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 '찔끔 규제 풀기'에 그치고 있다는 산업계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2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세법개정안 당정협의 모두발언을 시작으로 기재부와 고용노동부, 환경부 등이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을 예고했지만 규제 완화가 한시적 또는 단기적 처방인 데다 규제 완화 대상도 반도체 등 일부 업계에 그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기업으로선 정부 규제 완화 제스처가 나온 것만으로도 100%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다만 제한적 완화 카드라는 꼬리표로 인해 완화 조치가 언제 환원될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화학업계 관계자도 "규제를 풀어준다니 일단은 환영하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과 화학물질관리법 등 관련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해야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은 규제들의 근간을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아쉬워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소위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처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대표 기업이 경쟁하는 곳은 모두 해외 글로벌 기업들인데 최소한 이런 경쟁사들은 자국 내에서 주 52시간 근로 규제에 발목 잡혀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물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지원해주는 것이 도움은 되겠지만 한시적 대책에 그치지 않을지 우려된다"면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고 나서 치료비 대주겠다는 꼴이라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국내 업체들이 국산화·다변화 노력을 많이 해왔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온 부분도 분명 있다"며 "이번 지원을 계기로 학계와 업계의 소재·장비 연구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부처에서는 우리 기업들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지원하겠다는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핵심 소재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화학물질관리법상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3일 환경부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일단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실시한 3개 품목에 대해 국산화와 대체품 개발을 위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취급 규제를 완화할 생각"이라면서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현실화한다면 앞으로 관련 품목을 대폭 확대할지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히 앞서 22일 홍 부총리의 세법개정안 당정협의 모두발언에 이은 추가 대책 언급이 그간 기업들을 힘들게 했던 화학물질관리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질 전망이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서 홍 부총리가 세제를 통한 핵심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술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고, 고용부는 일본 수출규제 관련 국산화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경우 주 52시간 규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경운 기자 / 최희석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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