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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문무일 하루 이른 퇴임사…“검찰권능 ‘바르게’ 행사했는지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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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둔 23일 검찰 내부망에 퇴임사를 올려 검찰 직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퇴임사엔 평소처럼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한편, 검찰의 정치적 중립 유지를 다시 한번 당부했다.



문무일 "검찰 지향 가치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

중앙일보

문무일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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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총장은 이날 오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퇴임사에서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 총장은 "권력기관은 법치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운영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민주주의를 손상해 주권자를 역사의 현장에 나오지 않을 수 없게 하기도 한다"며 "(검찰이) 지향하는 가치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이며 (검찰) 탄생의 원리는 형사사법 분야에서 국가적 권능의 분리와 분산·통제"라고 밝혔다.

광주 출신인 문 총장은 20살 재수생이던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겪었다. 고려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한 문 총장은 검찰총장 임기 중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민주주의'를 강조해왔다.



정치적 중립 강조…"검찰권능 '바르게' 행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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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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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유지도 다시 한번 당부했다. 그는 "우리가 '열심히' 하는 데 너무 집중하느라 국민이 검찰에 기대하는 것만큼 검찰권능을 '바르게' 행사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열심히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가운데 선다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바르게 선다는 게 중요한 가치"라고 부연 설명했다. 그는 평소 검찰 후배들에게 '바르게 잘해봅시다'라는 말을 종종 한다고 한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했다. 문 총장은 "독재시대, 권위적 민주주의 시대를 거쳐 수평적이고 보편적인 민주주의 시대가 된 이 시기에 더 중요한 것은 법치라는 가치, 형사사법에서의 민주적 원칙과 절차의 준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에 시행되고 있는 형사소송절차에 혹시라도 군국주의적 식민시대적 잔재가 남아 있는지 잘 살펴서 이러한 유제를 청산하는 데에도 앞장서 나서주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하며 '형사사법 절차의 민주적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임기 내내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퇴임을 앞둔 문 총장이 검경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휴식 뒤 미국 연수…검찰 제도 개선 연구 예정

문 총장은 이날 헌법재판소와 경찰청, 대법원 등을 방문해 퇴임 인사를 전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이찬희 회장과는 점심을 함께했다.

문 총장은 퇴임 이후 휴식 기간을 가진 뒤 미국 연수길에 오를 예정이다. 일본 형사소송법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과정 등을 분석해 검찰 제도 개선 등에 대해 연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 총장의 퇴임식은 24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열린다. 비공개로 간소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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