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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친모 미스터리…밀양 신생아, 이름 없이 애칭으로 불리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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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남 밀양의 한 시골 마을 헛간에 유기된 신생아(왼쪽)와 함께 현장에서 발견된 배냇저고리, 손가방, 담요 등 유류품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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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의 한 시골 마을 농가 창고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채 발견된 신생아가 아직 출생신고를 못해 이름 없이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3일 밀양시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마을 할머니들에 의해 발견된 이 아기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지난 16일 퇴원했다. 이후 아동보호전문기관을 거쳐 현재는 한 양육시설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다행히 건강은 양호한 상태다. 발견 당시 탯줄도 떨어지지 않은 채 온몸에 벌레 등에 물린 자국이 가득했던 아기는 병원 치료 후 건강을 회복했다.

아기는 현재 친부모 행방이 2주 가까이 묘연해 아직 정확한 출생 시기를 알 수 없는 상태다. 병원은 아기가 태어난 지 2주 가량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기의 친부모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아기의 출생신고도 미뤄지고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상 신생아는 이름을 포함해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이 때 출생신고 의무자는 부모다. 신고 의무자가 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 동거하는 친족, 분만에 관여한 의사·조산사 또는 그 밖의 사람이 출생신고를 대신할 수 있다. 하지만 친족의 경우 아기가 태어날 당시 가족적인 상태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버려진 채 발견된 아기는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 확인이 되고 있지 않아 출생신고가 제때 이뤄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아기는 공식적인 이름이 없다. 오로지 사회복지 전산 관리번호 시스템에 등록된 숫자 13자리로만 존재가 증명되고 있다. 대신 양육시설이 아기에게 애칭을 지어주고, 애칭을 부르며 돌보고 있다.

시는 아기에게 부여한 임시 번호를 토대로 병원 입원 비용 등 긴급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을 위한 긴급 조사 등 아기에 대한 여러 사정을 살펴 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기의 부모가 끝까지 나타나지 않아 출생신고가 불가능할 경우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아기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자 아기가 입원했던 병원을 비롯해 시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쪽에 후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시 등은 후원을 받지 않을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따뜻한 마음에 감사드리지만, 현행 시스템상 아기에게 필요한 지원은 모두 이뤄지고 있고 당장 금전이 필요하지 않다"며 "오히려 섣불리 금품 등 후원이 이뤄질 경우 친부모가 모금 때문에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있고 향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역시 시와 같은 의견이라 밝히며 "시설에서는 아기를 애칭으로 부르며 잘 돌보고 있다. 부족함 없이 보호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아기의 친부모를 찾기 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경찰은 신생아를 유기하고 달아난 혐의로 40대 여성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잘못했다. 반성한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하지만 A씨와 신생아, 현장에서 발견된 태반 등의 유전자 검사 결과 불일치 판정이 나오며 수사가 미궁에 빠졌다. A씨는 DNA결과에 대해 "10대 딸이 복대를 하고 있어 혹시 딸의 아이인가 싶어 숨겨주려고 (내가) 대신 임신해 출산한 것처럼 꾸몄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씨의 딸과 아이의 DNA 검사결과도 불일치 하는 것으로 확인돼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가 아기의 친모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범행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A씨 주변인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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