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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 ‘강제징용 배상하라’는 일본 변호사들의 소신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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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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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한·일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일본 법률전문가들의 소신 발언이 눈길을 모은다.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협회 회장은 최근 <한겨레21>에 보낸 기고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등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국가 간 협정으로 소멸시킬 수 없다는 것은 국제인권법의 상식’이라며 일본 기업이 해결에 나서도록 일본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니무라 마사토 전 도쿄고등재판소 판사도 일본 월간지 <세카이> 2월호에서 ‘원래 일본 정부도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며 ‘국가 간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키는 게 자명한 이치인지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볼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직후 일본 변호사 200여명이 지지 성명을 낸 데서 보듯이 일본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베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애초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 정부가 일제 36년간의 불법점거와 이에 따른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이상 개인의 배상청구권은 당연히 살아 있다는 게 국제적으로도 상식적인 법리 해석이다. 일부 국내 수구보수 언론·야당이 보상과 배상의 근본적인 차이를 간과한 채 섣부른 주장을 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법리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외교적 해법만 강조하는 것은 자칫 피해자를 압박해 가해자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쓰노미야 전 회장 등의 주장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과도 일맥상통한다. 2007년 4월 중국인 강제징용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면서도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소멸한 건 아니라면서 화해를 권고해 결국 성사됐다. 2006년 유엔 국제법위원회의 권고 이래 국익을 명분으로 개인의 인권이나 청구권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인권법적 해석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부응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경제 패권주의로 보복하는 아베 정부의 태도는 식민지 피해를 사과·배상해온 영국 등의 사례에 비춰봐도 설득력이 없다.

세계무역기구(WTO) 일반 이사회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한국 언론에 이어 각국 대사를 상대로 설명회를 여는 등 여론전이 분주하다. 그럼에도 일본의 수출규제가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는 건 세계가 알고 있다. 우리 스스로 판결의 정당성을 확신해야 당분간 계속될 한-일 간 외교전의 협상력도 강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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