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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기고]석원정 소장의 반박에 대한 재반론 - “다시 살펴봐도 다문화 가정폭력 통계엔 오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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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의 다문화가족 가정폭력 통계에 대한 필자의 기고문을 비판하는 글이 월요일 게재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의 표본설계뿐 아니라 설문지 구성과 결과 분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밝히며, 석원정 소장의 비판에 치명적 결함이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

경향신문

가정폭력에 관한 국가 승인 통계는 여성가족부가 2010년 이후 3년마다 시행하는 ‘가정폭력실태조사’다. 2016년 조사에서는 ‘가정폭력’을 부부 폭력과 가족원 폭력으로 나누고, 부부 폭력은 최근 1년간과 그 이전으로 시기를 구분한다. 부부 폭력은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성적 폭력과 통제의 다섯 유형으로 나누고, 가족원 폭력은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의 세 유형으로 구분해 조사했다. 각 지표에서 최근 1년간 폭력피해는 ‘전혀 없다’ ‘1년에 3~4회’ ‘월 1회’ ‘월 2~3회’ ‘주 1회’ ‘주 2~3회’ ‘거의 매일’의 7점 척도로 측정했고, 그 이전 피해는 ‘있다’ ‘없다’의 2점 척도를 사용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결혼이주민의 안정적 체류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는 이러한 지수·지표 체계를 깡그리 무시하고, 가정폭력을 심리언어적 학대,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 건강상 불이익, 활동자유 구속, 고국과의 단절 강요, 경제적 학대의 일곱 유형으로 구분하고, 대상과 시기를 통합해 조사했다. “한국 체류 중 귀하의 남편이나 남편의 가족들이 귀하에게 다음과 같은 행동을 얼마나 자주 하였습니까?”라는 질문으로 뭉뚱그렸다. 총 21개의 지표를 제시하고, 각각에 대해 ‘전혀 없다’ ‘별로 없다’ ‘대체로 있다’ ‘종종 있다’ ‘자주 있다’의 5점 척도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도록 했다.

국가 승인 통계의 가정폭력 지수와 달리 구성했다면, 그에 대한 타당도와 신뢰도 분석이 필수다. 그러나 보고서에서는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일곱 개 하위지수는 그 값을 산출하지도 않았다. 자료 처리 과정에서 ‘별로 없다’를 어떻게 처리했는가도 중요하다. ‘전혀 없다’와 ‘별로 없다’를 묶어 ‘없다’로 분석했다면, ‘가정폭력 등 인권침해 사례는 하나도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인권연구의 대원칙을 어긴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 결과를 조작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다.

대상과 시기를 구분해 조사한 결과를 재구성한 값을 ‘뭉뚱그려 조사한 결과’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매우 크다. 특히 질문 문항과 선택지가 아예 다른 경우 비교를 시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더구나, 두 조사에서는 공통으로 가정폭력을 ‘여러 지표 중 어느 하나라도 경험’한 것으로 측정했으므로, 대상과 시기를 구분해 조사한 결과를 단순히 더한 값과는 다르다. 석원정 소장이 산출한 수치는 그래서 공허하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어느 한 유형만 경험하기보다는 여러 유형을 중복 경험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가 비교 근거로 제시한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와 ‘국제결혼중개업 실태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와 같은 비확률 표본의 일회성 조사가 아니라, 법률에 근거하여 3년마다 시행되는 확률 표본의 시계열 조사다. 필자는 그 값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와 비교했다.

비확률 표본조사라면 국가기관 명의로 공표해서는 안된다. 언론은 오류 정보를 유포하여 다문화가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심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인권위가 발표한 통계의 원자료와 분석과정은 전문가들에게 검증받아야 한다. 인권위의 결단이 필요하다.

설동훈 |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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