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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편두통, 치료환경 크게 개선…부작용 걱정 말고 병원치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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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뇌의날’ 편두통 좌담회 (하)

경향신문

정진상 신경과학회 이사장 - 800만 환자의 고통 이해하고 신약 등 국가 차원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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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건 두통학회 회장 - 학회가 개발 보급 ‘두통일기’…정확한 진단에 큰 도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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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근 신경과학회 홍보이사 - 단순 두통 아닌 ‘뇌질환’ 명심, 자가 치료 땐 약물 과용 우려


세계신경과연맹은 국제두통학회와 함께 올해 ‘세계 뇌의날’(7월22일)의 주제를 편두통으로 선정했다.

뇌질환 중 가장 흔히 발생하며,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질환인데도 가벼이 여겨지는 편두통을 둘러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치료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경향신문은 최근 대한신경과학회 회의실에서 편두통을 비롯한 두통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는 정진상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김병건 대한두통학회 회장(을지병원 신경과 교수), 이일근 대한신경과학회 홍보이사 겸 대한두통학회 홍보위원장(서울브레인신경과 원장)과 함께 올해 ‘세계 뇌의날’ 캠페인과 편두통 치료환경의 현실에 대해 좌담회를 가졌다.

- 편두통은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 진통제로는 개선이 어려운가.

김병건 회장(김 회장) = 경미한 편두통은 일반 진통제로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 진통제는 두통뿐 아니라 요통 등 다른 통증에도 사용되는 만큼 편두통에 있어 효과가 다소 떨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약물 과용이나 부작용의 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두통 횟수가 잦거나, 일반 진통제로도 해결이 안될 정도의 두통이라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전문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편두통 전문 치료는 두통이 나타났을 때 통증을 경감해주는 급성기 치료와, 두통의 횟수와 강도를 감소하기 위한 예방 치료가 있다. 한 달에 절반 이상 두통을 겪는 만성편두통 환자는 보톡스 주사를 고려할 수 있다.

- 편두통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때 경제적인 부담은 어떤가.

이일근 홍보이사 겸 홍보위원장(이 홍보이사) = 현재 진료비와 기본적인 약물치료, 정신건강 치료는 건강보험 시스템하에 지원이 된다. 문제는 새로운 편두통 치료제가 출시됐지만 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편두통 치료 효과를 인정받아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사용이 어렵거나 보험 적용이 안되고 있다.

정진상 이사장(정 이사장) = 두통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탓에 보건당국에서 심각성을 인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고 그 효과에 대한 근거가 확실할 경우,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을 해준다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상승할 것이고, 생산성이 높아져 결국은 사회경제적인 이득으로 돌아올 것이다.

- 편두통 관리에 도움이 되는 ‘두통일기’를 대한두통학회에서 개발했다.

김 회장 = 두통일기는 환자가 두통이 나타났을 때 두통 지속 시간과 강도, 동반 증상, 약 복용 횟수 등을 기록하는 것으로, 의료진이 환자의 두통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책자 형태,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 ‘편두통 친구(Migraine Buddy)’ 앱을 국내 버전으로 출시했다.

- 신규 치료제들이 새롭게 개발, 출시되며 환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회장 = 급성기 치료와 달리 편두통 예방 치료에는 편두통을 직접 겨냥한 약이 아닌, 항우울제나 항전간제 등을 사용하고 있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에 한계가 존재했고, 부작용의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 국내 출시 예정인 편두통 예방 치료제는 편두통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된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를 직접 차단하는 약으로, 부작용 없이 편두통 발생 일수를 감소시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전기 자극으로 편두통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기도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를 받고 국내에 출시됐다.

- 새로 출시되는 약물이나 의료기기는 건강보험 적용이 왜 바로 안되나.

이 홍보이사 = 해당 치료제들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보건당국에서 각 치료제의 치료 효과나 환자의 경제적 손실, 편두통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 편두통 환자 및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정 이사장 = 편두통은 매우 다양한 요인에 의해 촉발되고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훈련된 전문의사의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대한신경과학회와 대한두통학회는 두통환자의 진료에 대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므로, 두통이 처음 발생하거나 잘 치료되지 않는 경우 신경과 전문의 진료를 받기를 추천한다.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800만명의 편두통 환자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한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전문가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실천해 주길 바란다.

이 홍보이사 = 편두통은 단순하게 보면 두통이지만 뇌기능 저하와 관련된 뇌질환임을 기억해달라. 편두통이 발생하면 환자는 일상생활이나 경제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국가 입장에서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편두통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질환이 의심되면 신경과 진료를 받길 바란다.

김 회장 = 대다수의 편두통 환자들이 극심한 통증으로 병원을 방문해 약을 처방받긴 하지만, 부작용으로 병원 재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과거와 달리 편두통 치료환경이 많이 개선됐다. 최근에 부작용을 크게 줄인 약제가 등장했고, 속속 출시될 예정이므로 더 이상 자가치료에 의존하지 말고 병원에 가서 전문 치료를 받기를 바란다.

글·사진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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