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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경제 한일전' 본격화…각성한 한국인들 "고맙다 아베"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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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정치·경제적 갈등 심화…이번주 분수령 될 듯 / 일본 정부 부당한 조치 지적하는 외신 보도 잇따라…우리 정부 여론전에 큰 보탬 / 일부 일본 매체, 자국 정부 수출규제 조치 우려 / 권위 있는 외신들의 신랄한 비판, 日 경제보복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방증 / 일본 정부도 대대적인 국제여론전 시작…"보복 아닌 수출관리 체제 재검토" 억지 주장만 늘어놓아 / 사태 장기화 가능성 높아

한국과 일본 간의 정치·경제적 갈등이 이번주 중대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 조치의 부당성을 비판하는 미국 블룸버그 통신 등 세계 유수 언론의 기사가 잇따라 우리 정부에 힘이 되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공식적인 노력은 물론, 각국 언론과 시민 사회를 상대로 한 여론전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세계일보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일본을 상대로 강제징용 사죄를 촉구하고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가운데 한 참석자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얼굴이 새겨진 손 피켓을 들고 있다. 김경호 기자
블룸버그 통신은 사설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면서 아베 신조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통신은 수출규제의 실제 목적은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보복하는 데 있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정치적인 분쟁을 해결하려고 통상조치를 오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총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웃 나라를 상대로 한 어리석은 무역전쟁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일본의 수출 규제는 경제적으로 근시안적이라며 일본 자신도 피해를 볼 수 있는 자해 행위라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자유무역의 가치 수호자를 자처하며 혜택을 누려온 일본이 위선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취지로 비판한 바 있다.

일부 일본 매체도 자국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와 자유무역 왜곡 조치는 이미 지적돼 왔지만, 권위 있는 매체들에 의해 신랄히 비판받는 현실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국제적으로도 설득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본 정부도 대대적인 국제여론전을 시작한 모습이다.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22일 자국 주재 외국 대사관 직원들을 모아 놓고 '보복이 아닌 수출관리 체제 재검토'라는 자체 입장을 강변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물론 이번 행사에 한국 대사관은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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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등의 수출규제와 관련해 자국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관 직원을 대상으로 일제히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대대적인 여론전에 나선 모습이다.

아사히신문은 23일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지난 22일 대한(對韓) 수출규제에 대해 제3국의 주일 대사관 직원을 모아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 설명회에선 이번 조치에 대해 '일본 내 수출관리 체제의 재검토'라는 기존 일본 정부의 주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수출규제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항(보복) 조치가 아닌 수출관리 체제 점검 차원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아사히는 외무성 담당자를 인용해 설명회에 수십개국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이번 설명회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규제 강화는 징용공 소송 문제에 대한 대항 조치라는 반응이 있어 '보복이 아니라 안보를 목적으로 한 수출 관리'라는 일본 입장을 전달해 이해를 얻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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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왼쪽)이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공항에 도착해 23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다뤄질 일본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한 입장을 한국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일본 수출 규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연합


◆日 정부 "보복 아닌 안보 목적의 수출 관리"…국제사회 '갸우뚱'

교도는 수출규제가 자유무역에 반한다는 점에서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 중인 점도 그 배경에 있다고 설명했다. 외무성 담당자는 "주요국과 정확한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도는 외무성을 인용해 설명회에서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의 담당자가 "조치는 적정한 수출관리의 재검토"라며 '징용공 소송'을 둘러싼 한일 대립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참석한 각국 대사관 측에서는 한일 대립에 관한 견해를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 역시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22일 도쿄도 내에 있는 각국 대사관을 대상으로 수출관리 강화에 관한 설명회를 합동으로 열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도 외무성을 인용해 수십개국의 대사관 담당자가 참가했다고 덧붙였다.

NHK는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각국 대사관 직원 약 20명을 외무성에 모아 이번 조치를 포함해 일본의 수출관리 제도에 대해 실무적 설명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설명회는 수출규제 대상국이자 통상갈등 당사국인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대사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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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한 존 볼턴(왼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2일 도쿄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 외무상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국제 여론전 본격 시동 거는 일본

일본 언론의 보도대로라면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대해 비판 여론이 국내외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국제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설명회 개최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방 유력 언론매체가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한국을 상대로 단행한 통상보복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따른 '방어' 시도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2일 '한국을 상대로 한 아베 신조(일본 총리)의 가망 없는 무역전쟁'이라는 사설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어리석은 무역 보복'이라고 비판하며 해제를 촉구했다.

통신은 "일본 지도자는 정치적 분쟁에 통상무기를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며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총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일본이 이웃국 한국을 상대로 시작한 어리석은 무역전쟁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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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미국 WSJ와 영국의 FT 역시 이달 초 자유무역의 가치 수호자를 자처하며 오랫동안 혜택을 누려온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위선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번 설명회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정식 의제로 다루기 하루 전에 열린 것이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국제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일본은 22일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정부 당국자가 수출규제 조치의 이유에 대한 설명회를 이례적으로 개최했으나 녹취나 사진 촬영을 허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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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의 경제 보복과 독도 침탈 행위 규탄 집회에서 평화의 소녀상 앞에 참가자들이 준비한 아베 총리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한국 상대로 아베의 가망 없는 무역전쟁" 블룸버그 사설 통해 수출규제 해제 촉구

이런 가운데 일본 주요 경제단체 중 한 곳인 '경제동우회'의 사쿠라다 겐고 대표간사가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겐고 간사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한일관계 관련 질문에 "양국 소비자는 모두 궁극적으로 품질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인 것을 선택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정치적 이유에 의한 에너지로 (불매가) 오랫동안 지속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인 바이어스(편견) 때문에 (불매)운동이 이루어졌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국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좋은 물건은 사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일본 정부가 징용 배상 판결을 놓고 양국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한국 수출규제를 시작한 뒤 한국에서 번지는 일본산 상품 불매 운동의 성격과 심각성을 깎아내렸다는 지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겐고 간사는 한국인들의 일본 여행 자제 분위기에 대해선 "일본은 소프트파워로 애니메이션, 패션, 음식 등이 있다"며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일본인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은 좋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분쟁이 있더라도 불행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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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옹오하는 경제단체 "일본 실질적 피해 아직 없다"

겐고 간사는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를 옹호하면서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문제는 일본·중국 간이나 그 밖의 다른 나라와의 외교교섭 등과 다른 측면이 있다면서 두 나라는 1965년 체결된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의 합의 정신에 따라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일본 입장에선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이 갑자기 다른 룰(규칙)이나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징용 배상 판결의 성격을 규정했다.

위안부 문제, 레이더 조사 논란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일본 정부 관점에선 한국이 신뢰를 잃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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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는 협상할 일이 아닐 것이라며 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WTO 룰의 범위에 있다고 강변했다.

겐고 간사는 양국 간 대립이 심화하는 원인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일본으로부터의 메시지를 받아주지 않는 것에 기인한다"면서 "그것(수출 규제)은 협상할 일이 아니다"라고 일본 정부의 입장을 두둔했다.

그는 이런 사태가 "(일본) 경제계로서는 매우 우려스럽지만 다행히 실질적 피해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품목으로 이달 초 지정한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경우 한국 기업의 일본 의존도는 높지만, 일본 기업의 한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크지 않아 일본 측 피해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부메랑 효과 등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 있겠지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겐고 가사는 "(한국이) 소중한 이웃 나라라는 사실은 틀림없고 경제적 유대 관계도 오래됐다"며 "두 나라 산업계는 빨리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계 간의 대화와 교류는 계속하자는 의견이 동우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언제, 무엇을 할지 지금부터 내부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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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장기화, 글로벌 소비자들도 피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CNBC방송은 22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이 한일 무역 분쟁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은 포토레지스트(감광액)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생산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IHS마킷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이 제약되면 다른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로서는 글로벌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공급 차질 때문에 메모리 부품의 가격이 현격히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를 한국에 의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 중국 등지에도 한일 무역 분쟁의 고통이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IHS마킷은 "서버, 스마트폰, 개인용 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기기 완성품이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 결과 세계 전체의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가격에 전자제품을 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관측의 배경에는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이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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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문 대통령, 일본 수출규제 대응만큼은 모두가 힘 모아줬으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국민들과 함께 분노하고 걱정도 해야겠지만, 희망과 자신감을 드릴 수 있도록 정치권은 협치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을 겸한 상견례를 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이나 일본 수출규제 대응만큼은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는 당부를 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과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소개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의원들은) 대부분 일본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한 것을 높이 평가했고, 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 어떤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다"며 "(문 대통령이) 중심을 잡아줘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추경 통과를 위해 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일대일 회동을 제안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대일 회동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지 되묻고 싶다"고 부정적으로 답하며, "이는 여야간 협의와 논의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와 추가적인 소통 노력에 대해서는 "5당 대표들과 회동 결과가 아쉬울 수도 있지만 일본 대응에 한 목소리를 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원내대표들과 회동의 경우 여야정 상설협의체라고 하는 기존의 약속이 있으니 이 제도가 가동되기를 원한다는 뜻을 여러번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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