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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조촐히 떠나는 문무일···"盧대통령도 퇴임식 없이 가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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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고(故) 김홍영 검사 묘지 찾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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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후 대검청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 문 총장은 24일을 끝으로 2년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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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총장이 24일 2년 임기를 마치고 조용히 검찰을 떠난다. 전임 검찰총장들이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퇴임사를 발표하던 관행을 깨고 8층 회의실에서 검사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28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다.

퇴임사는 23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떠나면서 드리는 말씀'이란 글로 대신했다. 2년 전 취임식에서 검사들을 서열대로 도열시키지 않고 원탁테이블을 마련해 참석자에게 악수를 건넸던 문 총장의 퇴임식은 취임식보다 더 간소하게 차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님이 '노무현 전 대통령도 별도의 퇴임식 없이 청와대를 떠나셨다'고 하셨다"며 "고관대작도 아닌 검찰총장이 조용히 가는 게 맞아 간부들에게 부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검 관계자는 "다음 총장을 위해 전임 총장이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는 측면도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문 총장의 말처럼 역대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며 별도의 퇴임식 없이 후임자에게 자리를 비켜줬다. 마중나온 직원들에게 악수하는 것 정도가 관례였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성대한 퇴임식 없이 떠나는 검찰총장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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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2일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을 사흘 앞두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고별오찬에서 폭탄주로 건배한 뒤 마시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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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과 소통했던 총장, 고(故) 김홍영 검사 묘지 찾기도

문 총장은 취임 후에도 후배 검사들과 소통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총장실에 헤드테이블과 검찰 구내식당의 총장용 좌석도 없앴다. 평상시 운동화를 신다가 총장 보고 전에만 구두로 갈아신었던 참모에게는 "실망했다, 그냥 운동화를 신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문 총장은 2016년 5월 상사의 폭언·폭행에 극단적 선택을 했던 고(故) 김홍영 남부지검 검사의 묘지를 찾았다. 문 총장은 부산고검장 시절 고향이 부산이던 김 검사의 부모님을 고검장실로 모셔 위로를 하고 장례식장을 찾아 검찰을 대신해 사과했었다.

김 검사의 부친인 김진태씨는 23일 중앙일보에 "지난달 문 총장님이 부산에 오셔 식사도 같이 해주시고 추모공원도 다녀가셨다"며 "내가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 문 총장을 만나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조금은 살맛이 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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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하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고 김홍영 검사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 부장검사 폭언 등 대검 감찰위원회의 감찰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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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개인적으로 참 멋진 사람인데 이제 퇴임하신다는 것이 조금은 서운하다"고 말했다. 문 총장의 상사였던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문 총장은 선하고 심성이 맑은 사람이었다"며 "총장으로 있으면서도 그 마음을 지키느라 애를 썼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 고 김홍영 검사의 부친이 중앙일보에 보낸 메시지

문 총장님 퇴임이 내일이지요.

개인적으로는 참 멋진 사람인데 좀 서운하기도 하네요.

재임기간 국민과 가까워진 검찰이였다고 혼자 평가해보기도 합니다.

나와의 인연은 삶의 끝자락에서 분노와 원망이 가득찬 시기에 시작되었지요. 만남이 계속되면서 나는 사랑의 참모습을 알게되었습니다.

제 혼자 가끔 이야기도 합니다. 나의 모든걸 잃어버리고 그나마 당신과 함께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그래도 조금은 살맛이 나는구나 라구요.

이게 내가 그 누구에게도 하고 싶은 평소의 문 총장에 대한 생각입니다.

최근의 일을 한가지 이야기한다면 한 달 전인 6월 중순경 직접 부산에 오셔서 같이 점심도 해주고 추모공원도 다녀주시기도 했습니다.

19.7.23 김진태



문 총장 퇴임 뒤 미국 유학 "아내와 함께"

문 총장은 24일 오전 대검 검사들과 10~15분간 짧은 간담회 겸 퇴임식을 가진 뒤 1층으로 내려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검을 나선다. 아내와 자녀들도 함께 자리할 예정이다.

문 총장은 아내 최정윤씨와 아직도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무실 책상에는 항상 아내의 편지가 놓여있다고 한다. 고려대를 졸업한 문 총장은 법무관 시절 연세대를 졸업한 최씨를 소개받았다. 이 자리에서 최씨가 노래패 울림터에서 활동한 사실을 알고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울림터는 민중가요 동아리로 가수 안치환씨도 이곳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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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오른쪽)이 2017년 7월 25일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부인 최정윤씨의 손을 잡고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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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총장은 2년 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으려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도 아내와 다정하게 손을 잡고 다녀 화제가 됐다. 문 총장은 퇴임 후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평소 소신대로 형사법 체계와 민주주의와의 관계 등 형사소송법 관련 공부를 할 예정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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