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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염무웅 “반민족적 행태 막기 위해 친일문학 수집·연구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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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무웅 국립한국문학관 초대 관장, 기자간담회

경향신문

현실과 문학의 보편적 가치

조화의 선을 찾는 것이 중요

예산으로 자료수집에는 한계

원로 문인·학자 등 기증 절실


“국립한국문학관은 작품을 평가하는 기관이 아니라 수집하고 연구하는 것이 일차적 기능입니다. 친일 작품 또한 오히려 반민족적 행태가 나타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연구해야 합니다.”

염무웅 국립한국문학관 초대 관장(78·사진)이 국립한국문학관 정식 법인 설립 이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염 관장은 2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친일문학 논란에 대한 질문에 “노골적이고 적극적인 친일 활동을 했던 장혁주 작가나 김문집 평론가 같은 경우를 포함해 친일의 내용을 알기 위해서라도 친일작가들의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관장은 베이징 중국현대문학관을 언급하며 “굉장히 잘 만들어져 있지만 중국 공산당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돼 반제·반식민 문학관이 너무 강조된 느낌이었다. 문학의 보편적 가치라는 기준에서 보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적절한 조화의 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 지난 4월 정식 법인을 설립한 국립한국문학관은 오는 2023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서지학 권위자인 고 하동호 교수가 기증한 5만5000점의 자료를 비롯, 공모와 경매를 통해 7만3050점의 자료를 수집했다.

문학관 측은 최근 문학관이 자료 수집에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고문서 등 희귀본의 경우 경매가가 급등했다며 자료 수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염 관장은 “최근 희귀본·귀중본의 경매가가 2~3배로 뛰어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제한된 예산으로 충실한 자료를 모으기 힘들다”며 “원로 문인들과 학자, 유족·시민들의 자발적인 기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도쿄 근대문학관 등은 소장자료의 75~80%가 기증으로 이뤄져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염 관장은 “최근 <상록수>를 쓴 소설가 심훈의 아들 심재호씨가 문학관 측에 어렵게 모은 아버지에 관한 자료를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학관의 자료수집 예산은 총 90억원이 책정돼 있으며 내년까지 25억원의 예산을 들여 주요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서영인 자료구축부장은 “중요 자료를 민간과 개인이 보존할 경우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 문학적 가치를 후대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수집에 더 애써야 한다”며 “백석·윤동주·김소월 등의 책을 당대 모습 그대로 복원하고 실물에 가까운 형태로 복원·디지털화하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염 관장은 “수난의 역사 속에서 초창기 대표 문인들의 자취가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고 발표 작품이 수록된 신문·잡지 등 매체자료도 수집·정리돼 있지 않다. <진달래꽃> 같은 유명 시집도 저작권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무책임한 상업출판이 거듭돼 ‘오류의 재생산’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다양한 판본의 재판과 삼판 등 어느 범위까지 수집할지도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19세기 말부터 중국·일본·미국 등으로 이주한 해외 한인 작가들의 작품과 이민 2·3세대 문학을 한국 문학에 포함할지, 한국 작가들의 외국어 번역본도 수집 범위에 넣을지 등도 난제”라고 덧붙였다. 문학관은 자료수집 전문위원회를 구성, 자료 선별과 소장에 전문성을 기하고 있다.

염 관장은 한국문학관 설립 주체에 대해 “설립은 국립으로 하되 운영은 작가·문학 전문가가 맡아서 하는 방식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국가 정책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고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의 유족이 30억원의 재산을 기부한 것을 언급하며 “기증과 후원 사업을 적극 유치해 예산이 자유로워지면 관료적 압박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 관장은 한국국립문학관이 도서관, 수장고, 박물관 기능을 더해 이용자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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