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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2019세법개정안]대대적 기업 세액감면 카드 커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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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정부가 투자활력 제고에 방점을 두고 '2019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이유는 최근 각종 투자지수가 바닥을 치고 있어서다. 정부는 각종 투자 유도책을 이번 세법개정안에 대거 포함했다. 하지만 세수 부족에 가로막혀 파격적인 '당근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이후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는 마이너스 성장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1·4분기 설비투자는 기업들의 경영실적 악화와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1년 전 대비 -17.4%까지 떨어졌다.

■정부, 세법 개정안에 투자 유도책 한 보따리 담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투자 인센티브 3종 세트'를 앞에 내세웠다.

①먼저 정부는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대기업 1%, 중견기업 3%, 중소기업 7%에서 각각 2%, 5%, 10%로 1년간 상향 조정키로 했다.

②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의약품 제조 첨단설비와 물류산업 첨단설비를 추가하고, 안전시설 공제 대상에 송유·열수송관, LPG·위험물시설을 포함했다. 또한 이들 세액공제를 2021년 말까지 일몰 연장키로 했다.

③설비투자자산 가속상각제도를 2020년 6월 30일까지 6개월 연장하고 대기업 특례 적용 대상에 생산성향상·에너지안전 시설을 추가했다. 또한 올해 말까지의 투자분에 한해 중소·중견기업 가속상각 허용한도를 50%에서 75%로 늘린다.

아울러 정부는 군산시, 거제시, 통영시 등 고용위기 및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에서 창업한 기업을 위해 소득세·법인세를 5년 동안 100%, 차후 2년 동안 5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또한 규제자유특구 안에서 사업용 자산에 투자하는 중소·중견기업에게 각각 5%, 3%의 공제율(현행 3%, 1~2%)을 적용키로 했다.

이밖에 △사업재편기업의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60%에서 100%로 확대 △공모리츠 현물출자 과세특례 3년 연장 △톤세 적용기한 5년 연장 △소액수선비 인정범위 300만원 미만에서 600만원 미만으로 확대 등의 세액감면안이 마련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투자가 아주 급격히 부진한 상태에서는 작은 세제 유인 자체도 하나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투자 제고 효과 있을지 의문…보여주기식 정책에 불과"
기업들은 투자 인센티브 3종 세트의 효과에 대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 18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세제개선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7%가 투자 인센티브 3종세트의 효과가 없거나(21.7%) 제한적일 것(40%)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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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을 상대로 '투자 인센티브 3종 세트 효과'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특히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공제율을 대기업 2%, 중견기업 5%로 상향한다고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기존 대기업 3%, 중견기업 5%로 적용되던 공제율을 2017년에 대기업 1%, 중견기업 3%로 낮췄기 때문이다. 이번에 상향돼봤자 대기업 공제율은 여전히 기존보다 낮고, 중견기업 공제율은 변동이 없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전체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을 기준으로 94.3%에 달한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중견기업들이 서랍에 넣어뒀던 투자를 다시 꺼내 집행하기엔 혜택 강도도 낮고 시한도 짧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전체 설비투자에서 생산성향상시설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적다. 홍 팀장은 "토지, 건설, 건물을 제외한 기계·기계장치 관련 설비투자가 120조원 수준인데 2017년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액은 3782억원이다. 대부분이 대기업 투자이므로 당시 대기업 세액공제율인 3%를 적용하면 약 12조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즉 생산성향상시설은 전체 설비투자의 10%밖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 투자 유인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이 원하는 건 '법인세 부담 완화'
기업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간접적인 세제 혜택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기 보다는 법인세율 인하와 같은 직접적인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한경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37.5%가 세법개정 사항 중 세부담을 가장 많이 늘린 조치로 '법인세율 인상'을 꼽았다. 올해 세법개정의 주요 개선 과제로 '법인세 인하'(37.3%)가 가장 많이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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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을 상대로 '경제활성화를 위한 세제개선 과제'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투자세액공제율 확대가 약간의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법인세 부담이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의 실질적인 부담이 실제로 줄어들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법인세율을 올린 지 얼마 안됐을 뿐더러 20% 이하의 법인세율을 적용 받는 기업이 전체의 99.6%다"라며 "법인세율을 다시 낮추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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