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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고소득층에 ‘핀셋 증세’…법인세 감면엔 5천억원 ‘몰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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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2019년 세법개정안’ 발표

근로소득공제 2천만원 제한, 연봉 3억6천만원↑ 증세

임원 퇴직금 과세 강화 등 연간 1천억원 세원 발굴

기업 투자세액공제 확대로 법인세 한해 5320억원 감세

정부 “경기 활력 위해 한시적으로 공제 확대 불가피”

전문가 “투자 유인에 한계, 재정 부담도 무시 못 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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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25일 발표한 ‘2019년 세법개정안’은 급격한 경기 하방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평가할 만 했다.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한 법인세 감면과 재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원 발굴이 절묘한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핀셋 증세안’을 내놨다. 근로소득공제에 한도를 신설해 고소득자의 소득공제를 제한하고, 기업 임원의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먼저 1인당 근로소득공제에 2000만원의 상한을 두기로 했다. 그동안은 총급여 1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도 2%씩 제한없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었는데, 한도를 신설한 것이다. 정부는 총급여 3억6250만원을 넘어서는 고소득자 2만1천여명(2017년 기준)이 공제한도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통한 근로소득세 증세 효과는 연간 640억원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또 기업 임원의 퇴직소득 가운데 일정 비율을 세율이 낮은 근로소득으로 과세하는 범위를 좁혀 과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증세 효과는 해마다 360억원에 이른다. 두 제도 개편을 통해 향후 5년간 5천억원 남짓의 세원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렇게 끌어모은 세원 발굴의 효과는 법인세 감면에 ‘몰빵’ 투자될 예정이다. 정부는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기존 대·중견·중소기업 각각 1·3·7%에서 2·5·10%로 1년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한 법인세 감면액은 532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또 창업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감면으로 해마다 500억원씩 법인세를 깎아주고,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적용도 확대해주기로 했다. 경제활력을 높이고 기업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방편인 셈인데, 정부는 그 대가로 2021년 법인세수가 6604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소득자에 대한 조세 감면 축소로 거둔 5년간의 증세를 초과한 조세 지출을 1년 동안 기업에 몰아주는 셈이다.

그러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각종 거시 정책 조합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 수천억원 규모의 법인세 감면으로는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세계 경제의 퇴조 속에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재정 투입과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 기재부는 기존 루틴에 입각한 익숙한 정책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수천억원 정도 감세로 기대 효과를 거두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수익률 분석을 통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기업에 한시적인 세제 혜택의 유인 효과는 미미하다는 뜻이다.

세액감면의 효과가 대기업에 돌아가는 점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시행되면 향후 5년간 대기업에 2062억원의 감세 효과가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그간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때마다 ‘대기업·고소득층’, ‘서민·중산층’ 등으로 계층을 나눠 세부담이 어디에 귀속되는지 밝혀 왔는데, 대기업에 감세 효과가 나타난 것은 박근혜 정부를 포함한 최근 5년여 동안 이번이 처음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법인세 감면의 효과는 기본적으로 최저한세 제한에 묶인 중소기업보다 납부액이 큰 대기업에 돌아가기 마련”이라며 “문제는 불과 2년 전 법인세 최고세율을 신설한 정부가 한시적으로 세액공제를 늘려봤자, 기업 입장에서 안심하고 투자를 해도 되겠다는 확고한 시그널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세수 결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국세 수입은 당초 정부 예산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세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올해 기업 실적 부진이 법인세수에 반영되는 내년부터는 대규모 적자 예산 편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의한 감세 효과가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1405억원, -4441억원씩 영향을 미칠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국인 셈이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지난해 2조5천억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해 이명박 정부 이후 10여년 만에 감세 정책을 펼친 것에 비하면, 올해는 세수중립적인 세제 개편안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늘어나는 복지 수요 등을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큰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선 재정 확대를 위한 재원 조달 계획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며 “적어도 내년 총선 이후에는 증세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을 강조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유보돼 있는 기업 투자를 앞당기기 위해 법인세 세액공제를 한시적으로 늘려주기로 한 것”이라며 “앞으로 세입 기반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며 감세 기조로 돌아섰다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이경미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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