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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불붙는 OTT 시장

토종 OTT '단독 콘텐츠' 안된다는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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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전 꼬여버린 한국판 넷플릭스 '웨이브'

SKT·지상파 3사 토종 OTT 합병 법인 설립에

공정위, '콘텐츠 독점 금지' 조건으로 내걸어

OTT 경쟁력은 독점 콘텐츠, 넷플릭스는 700여편

글로벌 기업과 경쟁 위한 규제 완화 필요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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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오는 9월을 목표로 합병 법인 출범과 한국판 넷플릭스 '웨이브(WAVVE)'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인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내건 합병 승인 조건이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지상파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라는 이유로 경쟁사에도 공급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 시대에 맞지 않는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합병하되 독점 콘텐츠는 안 된다는 공정위

26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는 공정위가 합병 승인 조건으로 내건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콘텐츠 공급 협상'과 관련해 공정위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정위의 조건을 그대로 따를 경우 '독점 콘텐츠' 자체를 유지할 수 없어 넷플릭스를 비롯한 여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와의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디즈니(연내 서비스) 등은 자체 제작한 독점 콘텐츠를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CJ E&M 역시 자사 콘텐츠를 경쟁 OTT업체에 공급하지 않는다. 독점 콘텐츠가 서비스 경쟁력인 OTT의 특성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웨이브만 합병 조건으로 규제를 받을 경우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라는 측면에서도 불평등한 일이 벌어진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독점 콘텐츠가 경쟁력인데 이를 금지하는 단서 조항이 붙을 경우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며 "우리는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므로 공정위가 넷플릭스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콘텐츠 경쟁 대신 가격 파괴 우려도

반면 공정위는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콘텐츠를 독점할 경우 이용자 권리가 축소된다는 입장이다. 2008년 IPTV 서비스 초기 케이블방송사에서 서비스되던 콘텐츠들을 IPTV에도 공급해야 한다는 '콘텐츠 동등접근권'과 동일한 잣대다. 케이블방송사의 반대에도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강행했다. 그 결과 유료방송시장은 차별화된 콘텐츠 경쟁 대신 결합 상품과 방송 서비스의 가격 파괴로 이어졌고 결국 자본력이 강한 IPTV가 케이블방송을 집어삼키는 상황에 이르렀다.


케이블방송업계 관계자는 "과거 케이블방송이 콘텐츠 수급 면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었지만 IPTV에도 동일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플랫폼별 콘텐츠 경쟁은 사라졌다"며 "거금을 투자해 새 콘텐츠를 만들어도 모든 사업자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해 플랫폼업체 입장에서는 투자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와 붙으면 필패

OTT시장에서는 조금 더 심각해진다. 유료 가입자 180만명을 넘어선 넷플릭스 때문이다. 방송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콘텐츠 제작에만 약 120억달러(약 14조2000억원)를 투자했다. 지금까지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는 총 700여편에 달한다. 국내서도 CJ E&M, JTBC 등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을 단순 확보하는 데 이어 자체 콘텐츠 제작 비중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오는 11월 자체 OTT 서비스 '디즈니+'를 출시할 예정인 디즈니는 서비스 시작 전 넷플릭스에 공급하던 디즈니 콘텐츠 공급부터 중단했다. 디즈니 영화를 비롯해 국내서도 인기가 높은 마블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물도 디즈니가 독점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방송시장 장악을 막자고 시작한 통합 OTT는 서비스 시작 전부터 독점 콘텐츠라는 경쟁력 자체를 잃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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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에 따르면 2012년 1085억원 규모이던 OTT시장은 지난해 5136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는 약 6345억원, 내년에는 7801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업계는 이처럼 급성장하는 국내 OTT시장이 글로벌 선도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OTT 경쟁력의 원천은 콘텐츠 차별화"라며 "국내외 서비스가 난립해 경쟁하는 온라인 미디어 분야에서 국내 OTT시장에 대한 성장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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