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로고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무역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는 가운데, 미국의 한 전자제품 제조업체가 7억 위안(약 1천205억원) 상당의 화웨이 자산을 점유하고 반출을 막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 미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플렉스트로닉스가 지난 5월 화웨이의 자재와 설비 등에 대해 자체적으로 이러한 조치를 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이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5월 16일(현지시간) 화웨이를 사실상 블랙리스트인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 직후 이뤄졌다.

화웨이가 5월 17일 중국 광둥성 주하이(珠海)에 있는 플렉스트로닉스의 공장에서 자신들의 자재와 설비 4억 위안(약 688억원)어치를 가져 나오려고 했지만, 플렉스트로닉스가 미국 법규를 근거로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다른 3억 위안(약 516억원)어치 기자재는 플렉스트로닉스의 해외 공장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플렉스트로닉스는 지난달 중순 화웨이 기자재를 점진적으로 돌려주는 데 동의했지만, 화웨이와 관련 없는 제3자에게 넘기는 방식 등을 고집했다.

로이터 통신은 화웨이 관계자가 "지난달 협상을 거쳐 기자재 4억 위안어치를 되찾았다"면서 "나머지를 찾아오기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플렉스트로닉스는 이후 세계시장에서 수년간 이어온 화웨이와의 협력을 중단했다. 또 화웨이가 플렉스트로닉스를 공급망에서 제외하면서 플렉스트로닉스의 후난성 창사(長沙) 공장은 가동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상무부 관계자는 글로벌타임스의 관련 질의에 즉답을 피하는 대신 "중국은 (사실상의 블랙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혀 이를 통한 반격 가능성을 내비쳤다.

중국정법대 훠정신 교수는 미국 국내법을 적용해 중국의 영토적 관할권을 무시하는 미국 기업들은 이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페덱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러한 가운데 중국 당국은 미국 운송업체 페덱스가 화웨이 관련 택배 100여건의 배송을 지연시킨 혐의를 포착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또 "페덱스가 본래 배송지가 아닌 곳으로 물품을 보낸 사건을 조사했다"면서 "페덱스의 '착오'였다는 설명이 사실과 다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페덱스는 지난 5월 화웨이가 일본에서 중국 화웨이 사무실로 배송 주문한 화물 2개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페덱스 본부로 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1일부터 "사용자의 합법적 권익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중국 택배업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페덱스에 대해 조사를 이어왔다.

당국은 이날 "페덱스가 다른 법규를 위반했다는 단서도 발견했다"면서 "전면적·객관적이고 공정한 원칙을 갖고 법에 따라 계속 조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화웨이 및 미국 기업들과 관련한 이러한 보도는 다음 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미·중 무역 협상을 앞두고 나왔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자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는 외국기업 등을 대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을 만들겠다고 한 것과 관련, 플렉스트로닉스와 페덱스가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에 대한 미국 당국의 조사에 협조한 HSBC은행도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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