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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귀순 의미' 하얀 수건 걸고왔지만···北목선 "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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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밤 북한군 부업선으로 추정되는 소형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군 당국이 해상에서 해당 배와 선원을 예인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배에 타고 있던 북한 인원은 발견 당시 귀순 의사로 해석될 수 있는 하얀 수건을 뱃머리에 걸고 있었으면서도 초기 조사에선 ‘실수에 의한 항로 이탈’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중앙일보

28일 예인되고 있는 북한 소형목선 모습. [사진 합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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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합참에 따르면 3명을 태운 북한의 소형 목선은 전날(27일) 오후 11시 21분께 동해 NLL을 넘었다. 군 당국은 함정을 즉시 출동시켜 선원은 이날 오전 2시 17분께, 소형 목선은 오전 5시 30분께 강원도 양양지역 군항으로 각각 이송 및 예인했다. 해당 목선에는 길이 10m 크기로 소형 엔진이 장착돼 있었고, GPS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매년 6월부터 2달간 이어지는 오징어 잡이 성어기에 동해에서 북한 어선이 NLL을 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NLL을 넘은 목선은 식별 부호가 달린 군 부업선으로 판명된 데다 선원 3명 중 1명은 군복을 입고 있어 단순 퇴거 조치로 대응한 일반 사례와 달리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예인을 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현재 북한 선원에 대한 관계기관의 합동 정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합참은 또 해당 목선이 최초 발견 당시 인근에 조업 어선이 없는 상태에서 NLL 북쪽에 단독으로 있다가 일정한 속도로 정남쪽을 향했고, 자체 기동으로 NLL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오징어 목선의 특성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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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예인된 북한 소형목선 모습.[사진 합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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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전날 오후 10시 15분 NLL북방 3노티컬마일(NM·3.5㎞) 지점에서 이 목선의 수상한 동향을 포착한 뒤 집중 감시했다. 이후 10시 39분 북한 목선이 남쪽으로 기수를 틀고, 11시 21분 NLL을 넘자 즉시 함정을 급파했다. 출동한 3척의 군 함정은 11시 41분부터 현장에 차례로 도착했고, 일부 대원은 28일 0시 18분 북한 목선에 직접 내렸다. 이때 위치는 NLL 남방 3.3노티컬마일(NM·6.3㎞) 연안에서는 9.5노티컬마일(NM·17.6㎞)이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발견 당시 북한 목선 뱃머리(마스트)에 하얀 수건이 걸려있었고, 선원들은 한국 측 출동 고속정을 향해 불빛을 비췄다고 한다. 해상을 통한 탈북 사례를 보면 하얀 수건은 보통 귀순의사로 통용된다. 이들 북한 선원 중 한명은 해상에서 귀순 의사를 묻는 해군 요원에게 “아니오. 일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일 없습니다’라는 표현은 북한에서 ‘괜찮습니다’ 정도의 의미”라며 “탈북 의사가 없다는 데 약간 치우쳐있지만 ‘예, 아니오’를 단정 짓기엔 애매한 답변”이라고 했다. 선원 3명 모두의 귀순 의사가 일치하지 않거나, 바로 퇴거 조치됐을 때 북측에서 받을 처벌이 두렵거나 등의 이유로 이 같은 표현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조사 초기 진술에서 "항로를 착오해 남측으로 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들 선원이 북한군 소속인지, 대공혐의점은 없는지 등을 보다 면밀히 조사한 뒤 신병처리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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