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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무역전쟁에 미소 짓는 중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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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왕이(왼쪽)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브라질 외교장관이 지난 25일 브라질리아 이타마라티궁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라질리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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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무역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중남미 국가들이 미소 짓고 있다. 중국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대(對) 중남미 수입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중남미 국가와의 관계 강화에 부쩍 힘을 쓰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4일부터 칠레와 브라질을 연이어 방문했다. 그는 이곳에서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브라질 외교장관과 포괄적인 전략 대화를 진행했다. 왕 국무위원장의 순방이 끝난 이날 마침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찾기도 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끝이 보이지 않는 미중 무역갈등과 무관치 않다. 특히 중국은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해 수입을 중단했던 미국산 대두(大豆)를 대체하기 위해 브라질산 농산물 수입을 크게 늘려 왔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고 브라질 최대교역국으로 올라설 정도다. 이에 지난해 대선 캠페인 당시 “중국이 브라질을 사버리려 한다”며 반중(反中) 성향을 보였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3월 “중국은 정치, 경제, 산업에 있어 (브라질의) 주요 파트너”라고 태세를 전환했다. 오는 10월에는 직접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중남미 전체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중국과의 교역 성장세는 가파르다.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중남미 사이의 쌍방 교역량은 3,074억달러(약 364조원)에 달했다. 단 1년 사이 18.9% 증가한 수치다. 중국은 이미 미국에 이어 중남미의 2대 교역국이며, 중남미는 중국이 해외 직접투자를 두 번째로 많이 하는 지역이다.

미국도 이들 관계가 무르익기를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태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4월 칠레를 방문했을 당시 중국이 중남미 국가들을 ‘빚의 함정’에 빠뜨린다며 “중국은 종종 나쁜 자본을 투입해 부패에 생명을 불어넣고 훌륭한 통치를 방해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주 순방한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국가에도 중국과의 관계를 두고 압력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중남미 국가들이 두 강대국의 ‘졸(卒)’에 불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스타보 올리베이라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SCMP에 “중남미에는 중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도자가 거의 없다”며 “불행하게도 중남미 지도자 대부분은 미중 줄다리기에 있어 스스로를 하급 동업자나 졸병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중국과의 관계를 옹호하면서 “거대한 국가끼리 싸우면 작은 국가들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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