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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호날두에 우롱당한 팬심… 60억대 ‘노쇼 소송’ 벌어질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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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권 3만원부터 최고 40만원… 원고 모집에 벌써 900여명 몰려

‘호날두 결장’ 미리 알았나가 쟁점…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전날 결정”
한국일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날 호날두는 예상과 달리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벤치를 지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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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를 보기 위해 고액의 입장권을 구입했던 축구팬들이 “설마 호날두가 결장할 줄은 몰랐다”면서 단단히 화가 났다. 경기 주최사를 상대로 입장권 환불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과연 축구팬들은 약속을 어긴 호날두나 주최측에게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을까.

스포츠 스타 등 세계적 유명인이 경기나 공연에 ‘노쇼’했다는 이유로 소송전이 벌어진 전례는 아직까지 없다. 다만 2010년 방한했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경기 직전 결장 사실을 미리 알렸다가 대량 환불 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입장권을 구입했던 축구팬들이 경기 주최사인 ‘더 페스타’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법률사무소 명안은 27일 새벽부터 원고 모집에 들어갔는데 36시간 만에 이미 900여명이 2억원대 배상을 청구할 의사를 밝혔다. 입장권이 최소 3만원, 최고 40만원이고 당시 관중이 6만5,000여명이었던 점으로 미뤄 보면 최대 60억여원 규모의 사상 유례 없는 ‘노쇼 소송’이 벌어질 판이다.

법정으로 가게 되면 호날두의 결장으로 입장권 판매 계약이 불완전하게 이행된 것인지 여부가 쟁점으로 꼽힌다. 소송을 맡은 명안의 유형빈 변호사는 “호날두 출전이 입장권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면서 “호날두의 결장은 계약의 불완전 이행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원의 오지헌 변호사 또한 “더 페스타와 유벤투스가 맺은 계약에 이미 호날두의 중요성이 명시적으로 드러난다”면서 “입장권 가격에 녹아있는 가치를 실현하지 못한 경제적 손해를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페스타 측이 호날두의 결장 여부를 미리 알았는지 여부에 따라 배상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경기 직후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호날두의 결장 여부를 전날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더 페스타 측은 “경기 후반까지 호날두가 출장하지 않아 유벤투스 측에 출장을 호소하기도 했다”면서 경기 당일까지 결장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양측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법률가들은 “경기가 열린 이상 계약을 불이행했다고 보긴 어려워 전액 배상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허위ㆍ과장 광고 등을 불법행위로 보아 일부 위자료 지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주최측의 적극적인 기망 행위가 인정된다면 향후 형사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위약금이 적어 결장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고의로 출전이 확실한 것처럼 고액의 입장권을 판매했다면,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위반한 기망행위로 보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경제범죄법상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유벤투스나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책임론도 나오지만 직접적인 법적 책임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명안의 유 변호사는 “유벤투스 입장에서는 계약 내용에 따라 위약금 정도만 물게 될 공산이 크다”면서 “더 페스타가 최소 반액 이상 환불에 나서지 않는다면 예정대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우리 형’이라 부를 정도로 호날두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축구팬들은 ‘노쇼’ 사태에 대한 강한 실망감을 분출하며 소송 의지를 다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제 우리 형 아닌 느그 형”이라는 등 호날두를 비판하는 게시물이 연이어 올라왔고, 집단소송을 맡은 법률사무소 홈페이지는 이틀째 접속 과다로 마비상태에 빠졌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까지 경기를 지켜 본 한 변호사는 “전광판에 호날두 모습만 보여도 환호하던 관중들이 경기가 끝나가자 야유를 보내며 ‘메시, 메시’를 외쳤다”면서 “관련 판례가 없어 법원 입장에서도 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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