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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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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장거리 비행의 건강 수칙? 다리 자주 움직이기, 물 많이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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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앉아 있으면 뇌 혈액 부족

응급 환자 중 실신이 가장 많아

눕힌 뒤 다리 높여 혈류 원활케



즐거운 해외여행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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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캉스의 계절이 돌아왔다. 휴가철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공항이다. 해외여행 자유화(1989년) 이후 비행기 이용자는 크게 늘어 작년 한 해만 약 600만여 명이 여름휴가철(하계 성수기 7월 21일~8월 19일 기준)에 인천공항을 이용했다. 하지만 비행기 타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비행기 탑승 중 기압과 산소 농도는 고산지대에 있는 것과 비슷하고 기내 습도도 상당히 낮다. 알고 보면 각종 신체 질환이나 증상이 나타나기 쉬운 공간이다.

실제 서울대 간호학과 최스미 교수와 김정하 박사팀이 국내 한 항공사의 최근 5년간 기내 리포트에 기록된 의무기록을 모두 살펴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기내에서 총 2818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5년 동안 기내 사망 건수는 15건이었고 응급 환자 때문에 항공기가 회항한 경우는 15건이었다.

오래 앉아 있으면 뇌로 가는 혈액 줄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상황은 실신 또는 실신 전 단계다. 전체 환자 발생 건수 중 18.1%(510명)를 차지했다. 실신은 의식을 완전히 잃는 경우, 실신 전 단계는 의식을 완전히 잃는 것은 아니지만 눈앞이 캄캄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최 교수는 “실신을 하는 이유가 다양하지만 대부분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어 생기는 혈액순환 문제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우리 몸은 심장에서 뿜어낸 혈액이 신체 아랫부분으로 갔다가 위로 다시 올라오면서 전신을 순환하는데, 비행기 안에서 장시간 앉아 있다 보면 아래로 내려간 혈액이 위로 잘 올라오지 못하면서 일시적으로 뇌에 혈류가 부족해져 정신을 잃는다. 눈앞이 캄캄하고 정신을 잃을 것 같으면 빨리 승무원에게 말해 조치를 받아야 한다. 최 교수는 “누워서 다리 부분을 좀 더 높게 하면 10분 정도 지나면 대부분 의식을 회복한다”고 말했다.

이런 허혈성 실신을 막기 위해서는 하체를 자주 움직여 주는 게 중요하다. 인천국제공항 의료센터 조세욱 교수(인하대병원 가정의학과)는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적어도 1시간마다 기내에서 한 바퀴 돌기, 물 자주 마시기, 의자에 앉아 있더라도 다리를 자주 움직이고 발뒤꿈치가 땅에 닿은 채 발끝을 몸쪽으로 당겼다 다시 힘을 빼는 운동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존에 내분비계 질환이 있던 사람은 약 복용을 깜빡하고 탑승하거나 제시간에 챙겨 먹지 않아 저혈당·저혈압으로 실신하는 경우도 있다.

둘째로 많이 발생하는 것이 외상(14.1%, 398명)이다. 외상의 원인은 화상이 가장 많았다(외상 환자 중 39.9%). 커피·차·국 등을 쏟아서 생긴 화상이다. 보통 1도 화상인데, 차가운 얼음팩을 대고 있는 것이 가장 좋다. 조 교수는 “기내 응급 키트함에 멸균 얼음팩이 구비돼 있기 때문에 승무원에게 요청해 처치하면 된다”고 말했다. 1도 화상으로 물집이 잡히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물집이 생기더라도 터뜨리지 말고 놔뒀다가 목적지 공항 의무실에서 처치를 받는 것이 좋다.

무거운 물건이 떨어져 부딪혀서 생긴 부상도 외상의 27.1%를 차지했다. 대부분 가벼운 타박상 정도에 그치지만 머리를 심하게 부딪친 경우 며칠 정도는 몸 상태를 잘 살펴봐야 한다. 충격 시 외부 손상 없이 내부 조직만 손상되는 경우가 있어 이유 없이 구토·구역 증상이 생기거나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면 여행지 또는, 귀국 후 병원에서 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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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 예방하려면 물 자주 마셔야

구토와 오심(10.1%)도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음식물 섭취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지체 없이 승무원에게 구역감을 가라앉히는 약을 요청한다. 기내 필수 비치 약품에 포함된 약물이다. 소화가 안 된다고 호소하는 사람(9.6%)도 많다. 최 교수는 “소화 장애는 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높은 비율로 나타났는데 한국식 기내식에 많이 포함된 식이섬유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비행기 안에서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 비행기를 타는 날은 바쁘더라도 원래 먹던 시간에 맞춰 식사하고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 위주로 먹는다. 1시간마다 걷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소화 장애를 막는 데도 도움된다.

한편 기내에서 가장 위중한 응급 상황은 심장 질환이다. 5년 동안 총 21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순천향대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평소 협심증 등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 혈압이 높거나 고지혈증 등이 있는 사람은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이 장시간 앉아 있으면 혈전(피떡)이 생기기 쉽다. 혈전이 혈관을 막으면 심장에 혈액 공급이 중단돼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도 약을 잘 챙겨 먹고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몸을 자주 움직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건조한 기내 환경으로 혈액이 끈적해질 수 있으므로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귀 관련 질환(0.6%)은 생각보다 적다. 하지만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조 교수는 “비행기 이착륙 시 기압 차 때문에 귀 안쪽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기관 형성이 완성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경우 드물지만 고막이 터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감기나 중이염을 앓고 있는 경우 손상 위험이 더 크다. 그래서 비행기 이착륙 시에는 아이에게 물이나 음료수 등을 삼키는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게 좋다. 잇몸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비행기 이륙 후 낮아진 기압 때문에 잇몸 손상 부위에 출혈과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를 ‘항공성 치통’이라고 한다. 유 교수는 “비행기 탑승이 큰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질환이 있다면 적어도 비행 4주 전 주치의와 상의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치료하고 약물은 미리 넉넉히 받아놓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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