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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65억 '날강두'… 근육 아프다더니, 귀국 직후 러닝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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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 '호날두 45분 의무 출전' 계약서 사인하고도 약속 어겨

친선전 주최한 업체, 직원 단 4명… 스포츠 행사 진행 경력 전무

지난 26일 상암에 6만5000여명이 모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포르투갈)를 기다렸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그가 국내 그라운드를 밟는다는 약속이 구름 관중을 불러들였다. 입장권 가격을 모두 더하면 약 65억원. 중계 시청률도 11.3%(닐슨코리아)나 됐다. 그러나 호날두는 단 1초도 뛰지 않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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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경기 시작 전 호날두가 벤치에 앉아 머리를 만지고 있다. 그는 이날 45분 이상 출전하기로 한 계약을 어기고 벤치에 줄곧 앉아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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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K리그'(K리그 올스타)와 이탈리아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날강두(날강도+호날두) 사태'를 부른 호날두는 27일 이탈리아로 돌아가자마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운동하는 모습을 올리며 '집에 오니 좋다(Nice to back home)'란 글을 올렸다. '근육 상태가 좋지 않다'며 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것과 정반대 모습에 팬들이 더욱 분통을 터뜨렸다. 27일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는 경기 지연과 호날두 미출전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경기를 주최한 스포츠마케팅 업체 더페스타 로빈 장 대표는 28일 "유벤투스 행사 담당자가 '29일 회의를 열어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번 주 구단 관계자가 방한해 사과하겠다'고 전화로 알렸다"고 했다. 그러나 행사 운영을 맡은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이날 "유벤투스의 말을 더는 온전히 믿기 어렵다"며 "실제로 진지하게 논의가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12시간짜리 무리한 일정, 왜?

축구인들은 '예고된 재앙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당일 오후 도착해 팬 사인회와 친선경기를 다 소화하고 출국한다는 일정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이런 무리한 일정이 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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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상태가 좋지 않다'며 경기에 나서지 않은 호날두는 지난 27일 이탈리아로 돌아가자마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운동하는 모습을 올렸다(왼쪽). 전날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경기에선 35만원 이상 좌석에 제공된 뷔페에 테이블이 부족해 이용객이 바닥에 앉아 음식을 먹는 일이 벌어졌다. /인스타그램·디젤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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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연맹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더페스타가 연맹에 이 경기를 제안했다. 유벤투스는 당초 26일 입국해 27일 경기를 치르기를 원했으나 연맹은 "27, 28일엔 K리그2 경기 때문에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에 유벤투스는 "입국 당일인 26일 저녁 경기를 치르고 바로 출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맹과 더페스타가 "정말 가능하겠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유벤투스의 답변은 같았다고 한다. 연맹 관계자는 "더페스타가 유벤투스 구단 관계자를 직접 데려와 눈앞에서 '호날두 45분 이상 의무 출전 위반 시 위약금 지불' 조항까지 추가하면서 설득하는데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호날두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또 구단 전세기 도착 지연 때문에 일정 전체가 꼬였지만, 이를 바로잡으려는 움직임도 없었다. 앞서 싱가포르와 중국에서 경기 및 팬 미팅을 치른 호날두는 무리한 일정에 대해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경기 중 유벤투스에 항의했지만 '그는 뛸 생각이 없다. 구단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유벤투스가 계약 위반으로 무는 위약금은 그들이 챙긴 초청비의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추어 주최사가 만든 '황당 사례'

빡빡한 일정은 여러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이날 경기장 광고판엔 불법 사설 도박 사이트가 버젓이 걸렸다. 팀 K리그 유니폼 목덜미엔 암호 화폐 거래소 로고가 붙었다. 암호 화폐는 불법은 아니지만, 시세가 불안정하고 투기성 짙다는 비판이 있어 국내 스포츠계에 등장하는 일이 드물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일정 탓에 스폰서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35만원 이상 '프리미엄 좌석'에 제공된 뷔페에 테이블이 부족해 이용객이 바닥에 앉아 음식을 먹기도 했다. 하프타임에 열린 유소년 경기 참가자는 당일 아침에야 섭외됐다. 선수와 함께 입장하는 어린이 선정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주최 측은 "가족들도 경기장에 입장해야 하는데 일반 좌석이 매진됐으니 '스카이박스' 표를 사라"고 했고, 이에 한 유소년 클럽이 두 곳을 빌렸다. 스카이박스 가격은 12인실 기준 900만원 정도. 이에 대해 업체 측은 "경기 운영 비용을 충당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스포츠 업계에서 경력이 전무한 업체에 올스타전을 맡긴 연맹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잡코리아 기업 정보에 따르면 더페스타는 2016년 8월 설립됐고, 직원이 4명뿐이다. 한 유명 스포츠 에이전트 대표는 "연맹이 경력이나 평판 조회 없이 어떻게 정체불명의 업체와 행사를 벌였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한 법률사무소는 "표 값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글을 올려 소송 참여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 글에는 28일 현재 1500개 이상의 문의 댓글이 달렸다.



[포토]호날두 내한, 60억대 '노쇼 소송' 번질 듯…귀국후 러닝머신하며 "집오니 좋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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