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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일본 수출규제 대응’ 재량근로제 사실상 확대…“주 52시간제 무력화”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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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기계회관에서 열린 일본 수출 규제 관련 기계업계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기계·자동차 분야 일본수출업계 강화 조치 및 대응방안’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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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차원에서 재량근로제 활용 기준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개했다. “주 52시간제 시행과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재량근로제 활용이 필요한데 규정이 불명확해 제도 활용이 어렵다”는 기업들의 요구에 따른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31일 재량근로제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기업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재량근로제를 활용한 업무 지시가 가능한지 등을 제시했다. 재량근로제는 업무 수행 방법을 노동자 ‘재량’에 맡길 필요가 있는 업무의 경우 사용자가 노동자대표와 서면합의한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보는 제도다. 실제 노동시간과 간주되는 노동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한 노동도 가능하다. 노동부는 이날 고시를 개정해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재량근로 가능 대상 직종에 추가했다. 이로써 재량근로 직종은 기존 연구개발, 정보통신기술(ICT), 언론·출판, 디자인, 법률·회계·납세 등을 포함해 총 14개로 늘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재량근로 적용 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업무수행 수단’이나 ‘시간 배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없게 돼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이와 연관이 없는 ‘업무 목표·내용·기한 등 기본적인 내용’, ‘근무 장소’에 관한 지시는 사용자가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업무수행 수단의 경우도 ‘일정 단계에서의 진행 상황 확인과 정보 공유 등을 위한 업무보고, 업무수행 상 필요한 회의·출장, 출근 의무 부여 및 출·퇴근 기록 등’은 지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통상 1주 단위로 업무를 부여하거나 업무수행 상 필요한 근무시간대를 설정할 수도 있다고도 안내하고 있다.

재량근로 대상 업무도 구체화했다. 제조업 실물제품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게임·금융상품 등 무형의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업무, 정보처리시스템 분석·설계·구현·시험 등 업무를 스스로의 재량으로 수행하는 프로그래머, 무대·세트·디스플레이 디자이너 등이 명시됐다.

재량근로 확대 적용을 반대해 온 노동계는 반발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빌미삼아 노동시간 단축 법제도를 회피할 꼼수를 제공하고 있다”며 “재량근로 대상 업무와 사용자의 업무지시 가능범위를 대폭 확대시켰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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