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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한미, 北방사포를 탄도미사일로 오인했나…'대북 정보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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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軍 "탄도미사일 비행특성"

연합뉴스

북한 300㎜ 신형 방사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은 1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한미의 평가와 달리, 전날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 사격을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쏜 2발의 발사체를 놓고 북한 발표와 한미 군 당국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북한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한미는 신형 방사포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오인한 셈이다.

대북 정보수집 및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청와대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긴급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었고,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NSC 상임위 위원들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발표까지 했다.

북한 주장처럼 신형 방사포 시험 사격이라면 군과 정부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섣불리 판단해 오히려 북한 측에 대남 비난의 빌미까지 제공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날 북한이 발사한 2발은 고도 30㎞로 250㎞를 비행했다. 저고도로 발사됐지만, 탄도미사일 고유의 포물선 궤적으로 비행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2발의 비행 특성으로 미뤄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형태라고 판단해 발표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를 쐈다고 발표를 했지만, 한미는 현재까지 비행 특성 등을 고려할 때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5월 4일과 같은 달 9일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두달가량 분석 중이라면서 해당 발사체가 어떤 것인지를 특정하지 않았다.

군사 전문가들이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했지만, "분석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25일 2발을 발사하자 탐지한 지 13시간 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신속하게 평가했다. 5월 초 쏜 것에 대해 정확한 기종 발표를 하지 않은 데 대한 호된 비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됐다.

전날 2발에 대해서도 첫발을 탐지한 지 3시간 30여분 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신속히 규정해 발표했다.

군은 이날 현재까지 이 발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발표한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는 300㎜(KN-09) 또는 유도 장치를 달고 사거리를 연장한 개량형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WS-2 다연장로켓과 유사한 400㎜ 방사포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300㎜ 신형 방사포는 사거리가 최대 200㎞로 추정돼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권에 들어간다. 이를 개량해 사거리를 연장했다면 계룡대 이남까지도 방사포 타격권에 포함된다.

북한이 현재까지 시험 사격과 관련한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그 실체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한미가 탄도미사일 특성을 보였다고 평가한 점으로 미뤄 보통의 300㎜ 방사포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상 300㎜ 방사포는 고도가 50㎞에 달하는 데 이번 2발은 그보다 낮은 30여㎞에 달했다.

합참도 전날 2발에 대해 정점고도가 과거와 비교해 낮은 상태로, 비행거리도 240∼330여㎞로 7월 25일과 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또는 방사포일 가능성이 있다고 초기 분석했다.

그러나 그 후 한미 정보 및 군 당국의 융합분석 결과에 따라 비행거리 250여㎞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수정됐다.

이에 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추가 분석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북한 탄도미사일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각에서는 최근 대북 상황과 관련해 신중하고 정확한 판단 및 평가에 앞서 군 당국이 언론발표를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 남한을 직접 위협하고 있어 국민들에게 신속히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북 정보는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판단 및 평가가 앞서야 한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군은 대북 정찰위성을 보유하지 않고 있어 대북 영상 및 위성정보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수집·판단하는 대북 정보도 많지만, 핵과 미사일에 관한 정보는 절대적으로 미국의 손을 빌려야 하는 형편이다.

군 당국이 섣부른 발표로 망신을 당한 사례가 최근 몇차례 발생했다.

지난달 1일 새 떼를 정체불명 항적으로 오인해 KF-16 전투기 여러 대를 띄워 작전에 나선 사실을 즉각 발표했다.

당시 북한군 헬기 또는 무인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군 통신망을 이용해 북한에 우발적 충돌방지를 요구하는 전화 통지문까지 발송했다.

지난달 17일에도 서해 행담도 휴게소 인근 해상에서 '잠수함 잠망경 추정 물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는 내용을 신속하게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이 물체는 '어망 부표'로 확인되어 5시간 만에 '오인 신고'로 결론이 났다. 해당 지역은 수심이 낮아 북한 잠수함이 활동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군은 잘 알고 있을 터인데 발표를 서두르다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군과 정보기관이 수집한 대북 첩보 및 정보를 융합해서 조율하고 판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청와대의 국가안보실이 해야 하는데 그런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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