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광고를 혐오하는 밀레니얼에겐 `고요함`을 팔아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광고는 가난한 이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이 됐다. 유튜브의 광고가 거슬리면 월 몇 천원 구독료만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 드라마의 중간 광고도 넷플릭스나 IP TV의 유료 결제로 피해갈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주의력 사업'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법조인이자 정치비평가인 팀 우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는 광고를 '주의력 사업'이라고 정의한다. 인간의 주의력과 시간을 사고파는 세상에서 이 책은 주의력 사업의 역사와 기술을 한 세기에 걸쳐 돌아본다. 이미 주의력 사업은 유명인이나 온라인 네트워크에 많은 것이 좌우되고, 가족 관계나 우정, 신앙, 정치철학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이 책은 알려준다.

19세기 뉴욕의 신문과 파리의 포스터에서 태동한 광고는 20세기 초 영국의 전쟁 선전원들이 큰 성공을 거친 뒤 대중의 주의력을 모종의 '화폐'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신문과 잡지, 전단지, 라디오, TV를 거치며 광고 사업은 죽을 뻔한 고비와 전성기를 번갈아 맞이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TV의 전자적 속박에서의 해방을 기대했다. 구글은 기업이라기보다는 학술 프로젝트에 가까웠지만, 사람들을 검색으로 빨아들이는 마력은 무시무시했다. 검색이란 주의력과 동의어였다. 돈을 버는 건 간단했다. 자신이 수집한 주의력을 되파는 것. 악취처럼 여겨지는 광고 페이지를 파는 대신 마치 '다이어트 콜라'처럼 광고를 파는 애드워즈(AdWords)를 만들었다. 검색 결과 옆에 등장하는 문자 광고를 경매에 부쳐 파는 프로그램이다. 사람들이 실제로 좋아한 광고는 점수를 부여해 더 잘 노출되도록 했다. 광고인데, 광고 아닌 듯한 광고. 고객 추적 시스템을 통해 광고주들은 자신의 광고효과를 직접적으로 목격할 수 있게 됐다. 구글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주의력 사업가가 된 것이다.

곧이어 가장 침략적인 주의력 포획장치가 탄생했다. 한 번의 클릭으로 '좋아요'를 누르게 만드는 페이스북이다. 연결 시스템의 가치가 사용자 수에 비례해 높아지는 '네트워크 효과'로 이들은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사이버 공간이 사교에 탁월한 공간이라는 것은 20여 년 전 AOL 시기부터 증명된 사실이다. 페이스북은 광고효과도 탁월했다. 사용자의 연령 성별 관심사 등 선호도를 고려한 나노타기팅이 가능해서다. 심지어 사용자들은 정보를 공짜로 넘겼다. 마이스페이스가 몰락한 건, 악취나는 광고에 굴복한 탓이었고 페이스북은 반대로 엄격한 규정을 준수하며 광고 원칙을 고수했다. 대신 페이스북은 기업이 페이지를 만들어 '좋아요'를 누르는 고객의 데이터를 직접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페이스북이 '가상의 주의력 농장'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한다. 트위터가 발명한 '폴로' 시스템은 셀러브리티 전성시대를 열었다. 1억여 명의 폴로어를 모은 가수 케이티 페리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같은 슈퍼스타가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세상에서 명성을 과시하는 마이크로 페임들을 만들어냈다. 이 시스템을 이어받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명세는 사람들의 주의력을 끌어낼 수 있고, 이는 돈이 된다. '제4의 스크린'인 유튜브는 나르시스의 거울이 돼 주의력 시장을 집어삼킬 기세다. 저자는 "한때 질서정연했던 주의력 경제가 서로 끼리끼리 추켜세우는 혼란스러운 사회로 옮겨간 것 같았다. 그 사회는 진취적인 나르시스트들이 넘쳐나는, 인간사에서 전례가 없는 환경인 것만은 분명했다"고 평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광고는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뉴스 사이트와 포털 등에서 사용자들은 최소한의 동의만으로 개인정보를 팔아넘기고, 이는 수십 개의 광고대행사로 전달된다. 정보기관보다 더 철저하게 수집된 정보는 개개인에게 다시 돌아간다. 자동 맞춤형 광고를 통해서. 몇 초 전 검색한 것과 관련된 상품은 곧장 광고가 돼 나타난다. 마치 스토커처럼. 도박꾼에게는 베팅 광고가 찾아오고, 췌장암 진단을 받은 이에게는 장례 서비스가 따라다닌다. 언제나 광고 기술은 소비자에게 소름끼치는 존재였지만, 지금처럼 지저분해진 적은 없다. 과학자 제프 해머바커는 말한다. "우리 세대의 최고 지성들이 사람들을 광고에 클릭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매일경제

콘텐츠 먹이사슬의 고철상, 다시 말해 방송국이 버린 영화를 사들이던 넷플릭스가 지금의 위상에 오른 건, 광고를 포기한 덕분이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이들은 홀로 다른 길을 개척했다. '경험의 통제권'을 주는 것이 전략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 뇌리에 광고를 억지로 쑤셔넣지 않는 것이 필요했다. 저자는 넷플릭스의 성공을 잃어버렸던 인간의 주의력을 귀환시킨 것이라고 평가한다. 심지어 10회가 넘는 시리즈를 동시에 공개해 바그너의 오페라처럼 몇 시간씩 몰입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유형의 현실 도피. 주의력 사업의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전략은 이렇게 탄생했다. 밀레니얼은 광고에 대한 혐오감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다. 고요함에 기꺼이 대가를 지불함으로써다. 주의력 사업가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하지만 광고는 지난 100년 동안 네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았다. 파티가 끝나면 고객이 모두 달아난 듯 보였지만, 언제나 주의력 사업가들은 광고라는 오래된 떡잎을 되살려냈다.

광고의 역사는 미디어의 역사와 동의어다. 신문부터 라디오, TV를 거쳐,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변천사를 방대한 자료와 함께 만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광고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논쟁하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에서 이미 주의력을 되찾는 일은 초인적으로 힘든 일이 됐다. 주말에 이메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온라인 뉴스를 모두 끊고 떠나는 일이 가능한가. 저자는 광고에 포위당한 현대인들에게 "주의력 경제가 우리에게 이롭게 작동하도록 만들려면, 우리는 주의력 경제의 활동에 대해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며, 격이 떨어지는 주의력 경제의 성향에 불쾌감을 표현하는 데도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개인 공간과 무의식이라는 '성역'을 어디까지 내어줄 것이냐는 존재론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