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
미·중 무역분쟁에 이은 일본의 수출 보복조치에 국내 증시가 흔들리면서 연기금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심리적 지지선이 붕괴되는 등 시장이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의미 있는 매수 주체는 연기금 뿐이다.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 시행을 검토하는 금융당국에게 연기금은 나락으로 떨어진 시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기로 방향을 정한 상황에서, 증시 안전판 역할을 지속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컨틴전시 플랜에 기초해 증시 수급 안정 방안, 자사주 매입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강화 등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실시간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대내외 악재에 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정부가 직접 개입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정부가 가장 먼저 꺼내든 무기는 연기금이다.
실제 연기금은 증시가 본격 급락하기 시작한 이달 초부터 등판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 제외조치가 공식화된 지난 2일 약 4600억원치를 순매수했다. 이들은 지난 5일과 6일에도 각각 5200억원, 4300억원 어치 매수 우위를 나타내는 등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 1조45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도액(1조4100억원)을 넘어선다. 연기금을 비롯해 보험, 자산운용사까지 합세한 기관계 순매수 자금은 해당 기간 2조원을 웃돈다. 지난 7월 한달 간 연기금이 2800억원 가량 순매도하는 등 기관 자금이 7000억원 이상 빠져나간 것과 대조된다.
연기금은 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든든한 지원군 노릇을 해왔다. 일단 시장이 급락했을 때마다 주식을 사면 저가 분할매수 효과가 있어 수익률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연기금이 등판할 때 투신운용사, 보험 등 기관도 함께 시장에 자금을 투입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변동성이 커진 증시 안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에 최근 변동성 커진 장세에서 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말 기준 총 운용자금이 695조에 달하고, 이중 16.4%에 해당하는 112조7000억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전체 기금의 18%를 투자한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운용기금이 더 적립되지 않더라도 현재 상태만으로 국내 증시에 11조원 규모를 더 투자할 수 있다. 이중 연기금이 지난 6월부터 이날까지 2개월여간 전체 주식시장에서 3조6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것을 고려하면 추가 투자 여력은 7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불확실성이 높아진 증시에 자금을 추가 투입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상당하다.
국민연금은 세계 연기금 중에서도 자국 투자비중이 유례없이 높은 편이다. '세계 3대 연기금'의 덩치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지나치게 높은 국내 주식 투자비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학연금 등 상당수 연기금이 해외로 눈을 돌린 상태에서 국민연금에만 증시 안전판 역할을 주문할 수는 없다. 국민연금도 올해 18%인 국내 주식 투자비중을 향후 5년간 15%로 축소할 계획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고령화로 국내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질 국민연금에 자꾸 주식 투자비중을 늘리라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저가 매수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임에도 불구, 시장 내 공모펀드가 감소해 기관의 투자여력이 줄어드는 것이 더욱 문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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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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