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소식통 인용…무역·환율전쟁 격화 속 또다른 악재로 주목
미중 통상관계의 시금석으로 불리는 화웨이 사태 교섭에서 다시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최자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미중 통상관계의 급속한 악화 속에 백악관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수출규제 완화를 보류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과 화웨이의 거래를 일부 허가하는 방안은 지난 6월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합의사안으로 향후 미중 통상관계의 변화를 판정하는 시금석으로 여겨져 왔다.
소식통들은 중국이 최근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히자 백악관이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재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허가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화웨이와 거래하게 해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에 다음 주까지 응답할 수 있다고 지난달 30일 긍정적 발언을 내놓았다.
그러나 추가관세, 환율 무기화 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긴장이 높아지면서 불과 일주일여 만에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 내 안보법규를 위반하는 이란과의 거래 정황을 이유로 화웨이와 글로벌 계열사 수십곳을 지난 5월 거래제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부품을 팔거나 기술을 이전하는 등 화웨이와 거래를 하기 위해선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화웨이의 상무부 블랙리스트 등재는 중국의 간판 다국적기업이자 기술 굴기의 상징인 화웨이에 타격을 주기 위한 수출규제로 관측돼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무역협상 재개를 합의하고 화웨이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미국과 중국은 올해 6월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수입확대, 화웨이에 대한 수출규제 완화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이 합의는 둘다 물거품이 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
블룸버그 통신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수출규제 완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으로부터 정상회담에서 반대급부로 얻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확대에 달린 문제라고 관측했다.
미중은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였으나 9월에 다시 만나자는 일정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서 의도했던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확약을 얻어내지 못하자 협상이 끝난 다음 날인 이달 1일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10%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추가관세 예고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져 오던 달러당 7위안 선을 돌파하도록 방관했다.
미국은 이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무역전쟁은 환율전쟁으로까지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안보 위협이 없는 부분에 한해 화웨이 수출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결정은 번복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화웨이 문제는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화웨이 제재가 무역협상 카드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제재를 철회할 경우 법률을 통해 유사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블랙리스트 지정과는 별개로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미국 정부 기관이 중국업체의 통신·감시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전날 발표했다.
이는 수출규제의 반대편에서 화웨이가 미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국방수권법에 따르면 미국 정부기관들은 화웨이, 중국의 다른 통신장비업체 ZTE(중싱<中興>통신), 감시 카메라 제조업체 하이크비전, 다화, 하이테라 등 5개 중국업체의 장비 구입에 연방 재원을 사용하지 못한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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