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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유동주의 PPL]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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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편집자주] 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the L] 로스쿨 개혁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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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이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앞에서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 대한변협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이날 참가자들은 "대한변호사협회는 사시존치 입법로비 중단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공익 법률을 만들어 입법하라"고 주장했다.2015.12.2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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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물러나 교수직에 복귀하자마자 법무부장관에 내정된 지금, 꼭 말씀드려야 할 문제가 있어 이렇게 편지형식으로 글을 전합니다.

정치권·행정부·사법부·법조계·법학계를 통틀어 소위 ‘로스쿨 문제’를 가장 잘 알고 관심이 있으면서 열정을 품고 여론의 오해를 뚫고 눈치를 살피지 않는 뚝심으로 가장 효과적 수단을 강구해 해결할 능력이 있는 분은 조 후보자로 생각됩니다.

로스쿨 관계자들, 졸업생들 그리고 재학생을 비롯한 변호사시험 수험생들이 같은 생각일 겁니다. 하지만 로스쿨을 없애고 사법시험으로 회귀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바람을 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양 측이 원하는 건 다르지만 조 후보자께서 장관이 된다면 로스쿨 제도에 어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점은 공히 예상하는 듯 합니다.

새로운 법률콘텐츠를 만들고자 로스쿨을 경험했던 법조기자인 저는 ‘로스쿨 전문가’는 아닐 수 있지만 ‘로스쿨 문제 전문가'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힘들었던 로스쿨 제도의 태동, 역사적 개원 그리고 이런 저런 공격에 휘청이던 모습을 포함해 11년차 로스쿨의 변화과정을 안팎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관찰하고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공무원들이나 국회의원들이 로스쿨의 취지나 방향에 대한 고민은 없고 여론의 향방에만 지나치게 신경쓴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로스쿨 제도는 제대로 된 개혁과정 없이 땜질식 처방, 눈가리고 아웅식 '위원회'만 운영됐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형 로스쿨(우리 로스쿨은 롤모델 삼았던 미국·일본과도 다른 특유의 제도적 특성이 있어 ’한국형‘이란 수식어를 꼭 붙여야 한다고 봅니다)’은 아직 완성품이 아닙니다. 걸음마 단계인 로스쿨이 바로 서서 똑바로 걷기 위해선 관의 노력과 국민의 관심 그리고 법조계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그런데 사정은 어떻습니까?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인큐베이팅 기간이라고 할만한 지난 십여 년간, 오히려 로스쿨은 버림받았습니다. 앞선 두 정부는 '로스쿨'을 노무현 정부의 '사생아'처럼 여겨 외면했습니다.

정부도 국회도 그리고 법조계에도 책임감을 갖고 임한 이가 없었습니다. 대다수 언론도 심층 취재없이 변호사단체가 제공한 자료에 의존해 보도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심지어 지난 2015년 12월 '사시폐지 4년 유예안'을 발표했습니다. ‘안티 로스쿨’이 아니면 이해가 안 될 행정작용도 스스럼없이 지난 십여 년간 해왔습니다. 핵심 쟁점은 '신규 변호사 배출 숫자'란 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처럼 합격자수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식은 로스쿨 설립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로스쿨은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법조인을 배출하려는 제도였습니다.

그런데 법무부는 아직도 수험생들의 '실력'이란 논리로 '소수 선발'이라는 사시의 관점에서 전혀 다른 성격으로 관리해야 할 변시를 운용하고 합격자를 '선발'하려는 태도를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2012년 1회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8회에 걸친 변시를 관장하며 합격자 증가를 '최소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초기엔 수험생 '실력' 이유를 들었고 최근엔 법률시장 '먹거리 걱정'까지 대신 해 줍니다.

특히 담당부서인 법조인력과는 로스쿨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신규 변호사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부서로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역대 법조인력과장은 모두 검사였습니다. 합격자수가 명확히 제한됐던 사법시험과 다르게 변호사시험은 법령상으론 법무부장관의 의지에 따라 매년 유동적으로 합격자수가 변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담당부서의 재량범위도 커졌습니다.

그런데 법조인력과장인 검사는 매년 신규 변호사 배출규모와 스스로의 ‘직업적 이해'가 충돌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검사는 퇴직 후엔 변호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장래의 동종업계 경쟁자 숫자를 통제할 수 있는 검사. 아시다시피 그게 법조인력과장입니다.

법무부 내 다른 어떤 보직보다 ‘탈검찰', ’탈검사‘가 필요한 자리입니다. 실망스럽게도 지난달 31일 법무부 인사에서 다시 검사가 그 자리를 맡았습니다. 개방형 직위였지만 외부에선 마땅한 ’적합한 인재‘가 없었다고 법무부가 해명한다면 ’변명‘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리는 ’적합한 검사‘가 필요한 게 아니라 ’검사배제‘가 더 우선시됐어야 할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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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DB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 반대 전국 로스쿨 결의대회에서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2015.11.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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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장관도 로스쿨 교수 출신입니다. 임명됐을 때 로스쿨 측 숙원을 풀어주리라 기대한 이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2년이 넘는 재직기간 동안 박 장관은 변시 시험장소를 늘린 외엔 그렇다 할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로스쿨 출신 장관이 로스쿨 측 입장을 고려한 듯한 정책을 내외 눈치를 살피지 않고 펼치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 짐작합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로스쿨 출신 교수가 주무장관이 됐을 때 로스쿨 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과연 누가 '로스쿨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당위'라도 인식범위에 넣겠습니까.

잘 아시다시피 로스쿨 당면 문제는 로스쿨 안과 밖의 온도차, 이해도가 확연히 다르면서 다루기도 꽤 까다로운 주제입니다. 변시 정상화와 합격자 증원 요구를 변호사업계와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바라보는 분들은 로스쿨 제도의 도입 배경이나 존재 이유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이해합니다.

로스쿨의 '명'과 '암'을 잘 아는 로스쿨 출신의 장관이 '의지'를 가져야 로스쿨 문제를 풀 수 있고 개혁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십여 년간 로스쿨에 대한 흑색선전으로 왜곡된 로스쿨 이미지에 대다수 로스쿨 관계자들과 학생들이 분을 삭일 수 밖에 없었던 형편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로스쿨, 고쳐야 할 부분도 아직 많습니다. 변호사시험, 근본부터 바꿔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글로 밝히신 견해처럼 로스쿨에는 미해결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그런데도 로스쿨 문제를 푸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행정부·사법부·법조계·법학계는 로스쿨을 뜨거운 감자로만 여기고 진득하게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기존 법조계는 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로스쿨 앞을 막아섰고 행정부와 사법부는 양비론에 빠져 로스쿨을 애써 외면하고 사실상 방치해 놓은 수준이었습니다.

"로스쿨은 정치투쟁의 소재가 되어선 안 된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소모적 논쟁을 그만 두고, 로스쿨 제도의 ‘전복’과 ‘파괴’가 아니라 ‘내실화’와 ‘진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만들기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는 조 후보자의 뜻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 일은 다른 사람이 아닌 조 후보자가 스스로 하셔야 가능한 일입니다.

검찰개혁 혹은 사법개혁이라는 더 큰 짐도 있습니다. 하지만 로스쿨·변시 개혁도 사법개혁의 큰 줄기 중 하나입니다.

지금 로스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고 싶어했던 로스쿨이 아닙니다. 노무현 정부가 로스쿨의 아버지라면 문재인 정부는 로스쿨을 키우는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할 '운명'입니다. 로스쿨 제도를 이대로 두면 노무현 정부의 사법개혁 결과물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부디 로스쿨 문제에 있어선 역대 장관들처럼 좌고우면하진 않으실 것으로 믿습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 주시기 바랍니다.

언론이라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조 후보자께서 장관에 임명되시면, 바른 길로 가시도록 견제하고 감시하고 또 응원하겠습니다.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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