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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하도급대금을 다른 하도급업체에 떠넘긴 한국HP···IT업체 ‘이익 부당요구’ 첫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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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HP사 로고. 출처: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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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소프트웨어 등을 제작·판매하는 다국적기업 한국HP가 하도급업체에 지급해야 할 용역대금을 다른 하도급업체에 떠넘긴 것이 적발돼 억대 과징금을 부과 받는다. IT업체가 하도급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경제적 이익 요구’ 혐의로 제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업체에 줘야할 용역대금 수억원을 이와 무관한 다른 하도급업체를 통해 부당하게 대신 지급한 한국HP에 대해 과징금 2억1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한국HP가 계약체결 권한 등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 하도급업체에 하도급대금을 전가하는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HP는 2011년 KT에서 수주한 ‘오픈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라는 시스템통합(SI) 사업용역을 11개 하도급업체에 위탁했다. 이 중 3개사에는 하도급 서면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채 용역업무를 맡겼고, 이듬해 업무가 종료된 뒤 하도급대금 총 6억49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2013년 한국HP는 3개사 중 1개사에 대한 미지급대금 3억1460만원을 용역사업에 참여한 다른 중소 하도급업체 ㄱ사에 떠넘겼다. ㄱ사는 거래관계를 이어오던 한국HP가 당시 논의 중이던 사업 계약체결건을 빌미로 대금을 대신 지급하도록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HP는 ㄱ사에 대금지급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했다.

한국HP는 나머지 2개사와 관련한 미지급대금 3억3440만원은 또 다른 하도급업체 ㄴ사가 대신 내도록 했다. 2014년 ㄴ사가 “대납한 금액을 돌려달라”고 하자 한국HP는 또다시 ㄱ사에 지급 책임을 전가했다. ㄱ사는 한국HP의 지시대로 ㄴ사가 부담한 하도급대금의 일부인 5500만원을 ㄴ사에 건넸다.

경향신문

한국HP의 하도급법상 경제적 이익 부당요구 금지 위반 내용. 수급사업자D는 본문상 하도급업체 ㄴ사, 수급사업자E는 하도급업체 ㄱ사다. 공정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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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한국HP가 향후 주요 거래처를 잃을 것을 우려한 수급사업자(하도급업체)를 상대로 정당한 사유 없이 자신을 위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요구한 것”이라며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IT업체가 하도급법상 ‘경제적 이익의 부당요구 금지’ 조항을 적용받아 제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와 더불어 ㄱ사에 떠넘긴 하도급대금 총 3억6960만원을 돌려주라는 등의 시정명령도 내렸다.

다만 한국HP가 하도급업체 3개사에 계약서면을 미지급한 건과 ㄴ사에 미지급대금을 떠넘긴 건도 하도급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지만 이번 제재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대상이 될 수 있는 기간이 경과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신고일이나 직권조사일을 기준으로 이미 3년이 경과한 사건은 제재할 수 없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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