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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르포 '한·일 경제전쟁' 현장을 가다]일본계 저축은행, '무풍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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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일본계 저축은행인가요?"

메트로신문사

SBI저축은행 삼성지점./ 김상길 수습기자


"지점에서 느껴지는 영향은 거의 없어요."

일본의 수출규제가 촉발한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식·음료 등 유통업계에서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는 양상과는 달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일본계 저축은행은 큰 영향이 없는 모양새다.

최근 방문한 일본계 저축은행인 SBI·JT친애·OSB저축은행 등에는 내방 고객의 행렬이 꾸준히 이어졌다. '불매 운동'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확산되는 양상이지만 아직 금융업권까지는 그 여파가 번지지 않고 있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 역시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일축했다.

◆ "저금리 기조에서 금융은 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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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친애저축은행 잠실지점 내에는 대기인원이 있을 정도로 '일본불매운동'의 여파가 느껴지지 않았다./김상길 수습기자


지난 9일 오후 2시부터 영업 종료 시간인 4시까지 서울 시내의 일본계 저축은행 총 4곳을 살펴본 결과, 불매 운동으로 인한 타격은 미미했다.

은행 업무를 마치고 나오는 내방객도 금융은 별개의 문제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송파구 잠실동에 거주하는 김혜은(가명) 씨는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을 지지한다"면서도 "적금 해약 시 보게 되는 손해가 만만치 않다. 이용하던 은행을 갑자기 끊을 수는 없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뒤이어 은행을 방문한 30대 주부 또한 "저축은행 예·적금 금리의 이율이 높아 이용하지 않으면 손해"라며 "저축을 하는 것 뿐이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기성 예·적금이나 대출에 묶여 있는 돈을 중도해지 하면서까지 저축은행 거래를 중지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

특히 제2금융권 대출상품의 경우 서민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일본계 자금이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저축은행과의 거래를 중지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은행을 찾은 한 40대 남성은 "대출이라는 게 아무래도 채무자에게 선택권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채무자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낮은 이율에 따라 대출해주는 은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저축은행 관계자 또한 불매운동의 바람이 일본계 저축은행까지 넘어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금리'에 민감한 업계 특성상 이탈고객이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현재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2.46%로, 시중은행의 평균 금리보다 0.96%포인트 높다.

SBI저축은행의 한 직원은 "지점에서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해 문의하는 고객들이 몇 명 있었다"며 "(예·적금상품을) 해지하는 분들도 일부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상품 계약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셨다"고 전했다. JT친애저축은행 직원 또한 "지점에 느껴지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금융상품의 특성상 소비자들은 작은 금리차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상품계약을 이탈하는 고객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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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저축은행 잠실지점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진행 중이다./이인영 수습기자


◆"일본계 저축은행인줄 몰랐다"는 반응도

일본계 저축은행을 찾은 고객 중에서 해당 은행을 일본계 은행으로 인지하고 있는 이들은 드물었다. 예금 출금 업무를 위해 한 일본계 저축은행을 찾은 40대 여성은 "생활 속에서 일본 제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중"이라면서도 "이 저축은행이 일본계 은행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리스트'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퍼지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인식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다만 향후 반일정서가 고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불매 운동의 전개 양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일본계 저축은행으로 불리는 은행들 또한 국내 고객에게 예·적금 상품을 판매해, 그 재원으로 대출고객에 대출금을 제공하고 있다"며 "국내자금으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계 저축은행이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업계에서는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거래 기업 중 일본의 수출규제로 피해를 입은 기업이 있다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영 기자 hong9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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