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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고심하는 文대통령…광복절 극일·평화메시지 '수위조절'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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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경제 등 장기비전 포함 전망…외교정세 살피며 초안서 수정 반복할듯

日언급 작년보다 크게 늘듯…'대일비판·克日 메시지-대화 촉구' 조율

취임 후 줄곧 평화 메시지 주력…北 연이은 대남압박 변수

연합뉴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제 74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를 두고 11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주말인 전날과 휴일인 이날 별도의 일정없이 참모진과 경축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메시지를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참모진을 중심으로 초안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향후 외교안보 정세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초안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 속에 대일(對日) 언급의 비중은 예년보다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경축사가 한일관계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와 문 대통령으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북(對北) 메시지 역시 고민되기는 마찬가지다.

취임 후 광복절 경축사에서 줄곧 평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평화경제' 등을 키워드로 제시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최근 북한의 대남압박 분위기가 광복절까지 이어진다면 평화 메시지가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동시에 나온다.

결국 대북관계와 대일관계 모두 변수가 큰 시점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광복절 직전까지 외교 정세를 들여다보며 상황에 맞춰 원고를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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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 (PG)
[김토일 제작] 일러스트



◇ 한일갈등 중요 변곡점…극일메시지·대화 촉구 동시에 강조할 듯

이번 경축사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대일 메시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두 차례의 광복절에서 일본을 향한 직접 언급에는 큰 비중을 할애하지 않았다.

그나마 2017년에는 "과거사와 역사문제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지속적으로 발목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지만, 지난해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번영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고만 짧게 언급했을 뿐 과거사 문제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후 문 대통령도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한 바 있어, 올해 메시지의 상당 부분은 대일 언급이 채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에서는 문 대통령이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이번 사태를 발판삼아 일본을 극복하자는 '극일 메시지'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일본이 7일 수출규제 대상 3개 품목 중 1건의 한국 수출을 허가하며 '일본이 강대강 대치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8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있는 점"이라며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여권 관계자 역시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대일비판을 '톤 다운'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확실히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며 "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외교 해결이 최우선이라는 기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만큼 경축사 안에는 일본에 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도 함께 담길 전망이다.

나아가 일본이 대화에 나설 명분을 준다는 의미에서, 대일 비판에 대한 '수위조절'을 하면서 양국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결국 메시지의 수위는 남은 기간 일본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은 광복절 직전까지 일본의 반응을 정밀히 살펴보며 메시지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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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고심하는 문 대통령 (PG)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평화경제' 등 번영 청사진 제시할까…北 연이은 대남도발 변수

2017년과 2018년 광복절 경축사의 키워드는 단연 '평화'였다.

2017년에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며 한반도 안보 불안감이 커지던 시점이지만 문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모든 것을 걸고 전쟁을 막겠다"며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경축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평화'(20차례)이기도 했다.

3차 남북정상회담을 한달여 가량 앞둔 지난해 광복절, 문 대통령은 "남북평화 정착이 진정한 광복이다. 평화경제·경제공동체의 꿈을 실현할 때 우리 경제는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며 남북 경제협력의 중요성에 연설문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청와대 내에서는 올해 경축사에도 '평화경제'를 비롯한 남북 공동번영 비전이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최근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연일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대남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일부에서는 북한이 '통미봉남' 기조로 되돌아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 5일 '평화경제' 발언 뒤에도 자유한국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일례로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이 제기한 평화경제에 오늘 북한이 미사일로 답했으니 몽상에서 깨어나시길 바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평화구상만 밝힌다면 이런 비판의 목소리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북 메시지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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