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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단독]‘추석때 자율 휴무하라'던 CU, 장사 잘 되는 점포엔 ‘휴무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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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명절 휴무 자율화’ 도입했던 CU
올해는 추석명절 휴무 신청 '매출로 제한'
내부선 점주들 눈치…"왜 상생 홍보했나"
공정위 "휴식권 보장한 표준계약서 개정 취지와 어긋나"

지난해 추석 직전 업계 처음으로 ‘명절 휴무 자율화’를 도입했던 편의점 CU(씨유) 측이 올해 추석을 앞두고는 명절 당일 매출이 높은 점포에게는 사실상 ‘휴무 제한’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확보한 CU 내부 공문에 따르면 CU는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추석 당일인 9월 13일 점포 문을 닫고 쉴 수 있도록 하는 ‘휴무 신청’을 받았다. 문제는 휴무 신청 기준. CU 본사는 지난 명절 당일 매출이 월평균 일(日)매출보다 30%이상 줄어든 점포만 휴무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예를 들어 설이 있던 지난 2월 평균 일매출이 100만원일 경우, 설날 당일 매출이 70만원 이하였던 점포만 휴무를 신청할 수 있다. 즉 명절 당일 장사가 안 되는 매장만 쉴 수 있다는 의미다. CU 측은 내부망을 통해 명절 휴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점주들에게는 휴무 신청을 승인할 수 없다는 내용을 통보하라고 공지했다.

서울 지역 한 CU 편의점주는 "올해 추석에는 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사전에 매출 기준에 따라 휴무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없었다. 휴무 신청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본사 측이 명절 휴무 기준에 해당해도 매출이 높은 점포는 명절 당일에 영업하도록 지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한 영업직 직원은 "지역본부에서 일선 직원들에게 휴무 관련 지시를 하면서 고매출 점포는 휴무 기준을 충족해도 신청하지 않도록 교육한다"며 "점주들이 휴무를 문의해 오고 있지만, 이를 막아야 하는 것도 곤욕"이라고 했다.

점주들은 가맹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본사로부터 휴무를 승인받지 못하면 쉴 수가 없다. 임의로 문을 닫거나 단축 업무를 하면 지원금 중단·반환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CU가 내부망에 올린 명절 영업시간 단축(휴업) 관련 공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도 CU 직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에) 매출 높은 점포는 (명절 휴무) 신청을 못 한다는 말 없지 않았냐’ ‘이렇게 할 거면 ‘상생’이라고 하지 말아라’ ‘점주들 반발이 심하다. 단체 행동도 걱정된다’ 등 게시물과 댓글이 올라와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측은 이에 대해 "추석 명절 휴무 신청을 받는 단계"라며 "신청한 가맹점에게 오는 14일까지 승인 여부를 통보할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앞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지난해 8월 추석 당일이라도 눈치 보지 않고 휴무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고, CU는 다음 달인 9월 ‘명절 휴무 자율화’를 도입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월 명절 휴무를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도록 편의점·외식·도소매·교육서비스 분야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했다. 변경된 표준가맹계약서에는 명절 당일이나 직계가족의 경조사 때 편의점주가 영업단축을 요청하면 편의점 본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허용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최소한의 휴식권을 위해 명절 당일은 정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휴무를 보장하자는 차원에서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했던 것"이라며 "매출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휴무를 불허하는 것은 개정 취지에 어긋나 상황을 파악해 볼 방침"이라고 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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