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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日수출규제에, 日기업 제3국 우회수출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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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기업들이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대응,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로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수출 옭죄기가 결국 해외로 생산거점을 내모는 '풍선효과'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자매지인 닛케이 아시안리뷰는 삼성전자가 일본 기업이 벨기에의 한 연구소와 합작해 세운 벨기에 현지 법인으로부터 포토레지스트(감광액)를 조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간부 출신인 한양대 박재근(반도체공학) 교수는 이 매체에 "삼성전자가 벨기에 소재 한 업체에서 포토레지스트(감광액)를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 물량은 6~10개월 단위로 대량으로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교수는 벨기에 공급업체의 사명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일본의 포토레지스트 제조업체인 JSR와 벨기에 연구센터 IMEC가 지난 2016년 설립한 극자외선(EUV)레지스트 합작법인 일 것으로 매체는 추정했다. 이 합작회사의 최대 주주는 일본 JSR의 벨기에 자회사인 JSR마이크로다.

일본 정부가 삼성의 차세대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인 EUV 포토 레지스트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자, 소재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거래선 일부를 벨기에로 전환한 것이다. 또 해당 벨기에 기업이 일본 기업이 최대 주주라는 점에서 사실상 '우회수출'로 볼 수 있다. 닛케이는 앞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발표된 지난 달 일본 JSR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이 "벨기에 합작법인을 통해 삼성에 포토레지스트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 역시 박 교수의 말을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일본 JSR은 그간 삼성에 포토 레지스트를 공급해 온 기업 중 한 곳이다. 현재 포토레지스트 세계 시장은 JSR(24%), 신에츠화학(23%), 도쿄오코공업(22%·TOK), 스미토모화학(16%), 후지필름(9%)순으로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제조기업인 모리타화학도 올해 말부터 중국 공장에서 일관체제로 고순도 불화수소 완제품을 생산, 삼성전자에 제품을 납품할 예정이다. 포토레지스트 생산 기업인 TOK도 한국 공장에서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증산할 계획이다.

지난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가한 지 35일만에 일본 본토 기업에서 삼성전자로 납품되는 1건의 EUV용 포토 레지스트 수출 허가를 승인한 것도 해외 우회 수출 및 삼성의 수입 다변화 움직임을 고려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그간 삼성전자에 소재를 납품해 온 일본 기업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탈일본 현상'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리타화학 관계자는 최근 마이니치신문에 "(규제 후) 서류심사가 엄격해져 언제 수출이 가능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우리도 '도마 위의 잉어' 신세(생사 길림길에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음)"라고 토로했다. 이 매체는 다만 일본 기업이 제3국의 시설을 통해 한국에 규제 품목을 공급하는 것은 합법적이어야 한다며 일본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닛케이가 취재원이라고 밝힌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인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박 교수는 "닛케이에 공식 항의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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