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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광화문에 등장한 수박 30통…“복날, 보신탕 말고 수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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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시민들 모여 ‘개식용 금지’ 한목소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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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인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 땡볕 아래에서 ‘수박 잔치’가 열렸다. 준비된 수박은 모두 30통. 부엌에서나 볼 법한 식칼도 등장했다. 수박은 현장에서 바로 한 손에 쥐기 편한 크기로 손질됐다. 땀을 흘리며 지나가던 시민들은 수박을 받아들고 오후의 더위를 잠시 잊었다.

동물자유연대, 동물해방물결, 동물보호단체 ‘행강’ 등 78개 동물단체와 개식용 종식을 염원하는 시민들은 이날 함께 ‘동물 임의도살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대집회’를 열고 “아직도 대한민국에서는 식용을 목적으로 매년 1백만 마리의 개가 도살된다. 올여름에도 전국 곳곳에서 개를 잔혹하게 도살하는 농장과 도살장에 대한 민원·제보가 빗발쳤다”며 “법적 사각지대에서 활개 쳐 온 개 식용 산업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수박 잔치’는 ‘살생 없는 복날’을 주제로 이들이 마련한 것이다.

이날 집회에는 동물단체 관계자들과 시민 등 500여명(주최 쪽 추산)이 참가했다. 현장에는 ‘복(伏)날을 복(福)날로!’, ‘누렁아 이제 꽃길만 걷자’ 같은 깃발이 뜨끈한 바람에 나부꼈다. 초등학교 6학년 손자를 데리고 나왔다는 고은배(54)씨는 “먹을 게 없을 때야 보신탕으로 몸보신을 했다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며 “수박만 먹어도 무더위를 물리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 3월 한 대학 수의학과 실험실에서 구조된 비글견 ‘총총이’(4살로 추정)가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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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개 식용을 끝내기 위해서는 ‘법적 사각지대’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현행 축산법에는 개가 가축에 포함돼 있지만 동물 도축과 유통을 관리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는 빠져있다. 가축이지만 가축이 아닌 ‘모순된 지위’ 탓에 도살장에서 개를 아무리 잔인하게 도축해도 법적으로는 막을 수가 없다. 이에 지난해 6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산물 위생관리법·가축전염병 예방법 등에서 규정하지 않은 동물(개·고양이)의 임의도살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동물 임의도살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도 개를 아예 가축에서 제외하는 축산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농장 개들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로 주지 못하게 하는 폐기물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큰 진전 없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참가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회는 이 세 가지 법안을 절대 폐기하지 말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에도 개 식용 산업 종식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 직접 나온 이 의원은 “관련 부처와 상임위 모두 굉장히 미온적이지만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오후 3시께부터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개 식용은 반드시 없어져야 할 동물 학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진이 끝난 뒤에는 청와대에 ‘동물 임의도살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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