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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단독] 혁신성장 주역 민간이라더니…1년뒤 약속 뒤집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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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정책처 분석 보고서

“혁신성장의 주역은 민간이고 중소기업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7년 11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7년 12월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8대 핵심 선도사업(초연결지능화·스마트공장·스마트팜·핀테크·에너지신산업·스마트시티·드론·자율주행차)을 선정하고, 이 같은 산업을 육성하는 데 필요한 지원 사업을 ‘민·관 합동’ 원칙의 혁신성장지원단과 혁신성장본부가 맡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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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 2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당정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7 대한민국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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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11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8 회계연도 결산 총괄분석’ 보고서를 통해 “당초 계획과 달리 혁신성장 지원 조직이 정부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단장을 맡은 혁신성장지원단의 경우, 민간 몫이 대개 공공기관·연구기관 직원으로 구성돼 “엄밀한 의미의 민·관 합동 기구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난해 6월 설치된 혁신성장본부는 민·관이 한 명씩 공동본부장을 맡는 체계였지만, 민간 공동본부장에 위촉됐던 이재웅(51) 쏘카 대표가 4개월 만에 사임하면서 기재부 1차관(정부 측 공동본부장) 산하 조직으로 변했다. 당시 이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면서 “혁신성장본부는 급조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2018년 12월 21일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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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8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위워크 서울역점에서 열린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 앞서 이재웅 혁신성장본부 공동본부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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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본부는 지난 4월 결국 기재부 국장급을 단장으로 하는 혁신성장추진기획단으로 전환됐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를 전문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사실상 ‘공무원 조직’이다. 이에 대해 예정처는 “실제 정책 결정과 관련 실무를 수행하는 지원 조직이 정부 중심으로 구성된 상황은 ‘민간 주도 혁신성장’이라는 정부 원칙을 일부 퇴색시킬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예정처는 한국의 국가채무 규모와 관련해서도 정부와 다른 전망을 했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지난 8일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는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0.5%보다 양호하다. 어느 때보다 대내외 여건이 엄중한 시기라 내년에도 적극적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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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9-2023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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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예정처는 거꾸로 “대내외 충격에 따른 경제위기를 겪게 될 경우 국가채무는 매우 빠르게 증가할 위험이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기준으로 2000~2017년 OECD 국가들의 국가채무 증가율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11.5%로 32개국 중 라트비아(16.3%)·룩셈부르크(13.4%)·에스토니아(11.7%)에 이어 4번째로 높다”면서다.

예정처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절대적인 재정 건전성 지표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해도, 향후 인구 고령화에 따라 필요한 사회복지 지출 등 재정지출 분야에 투입될 재원을 현세대의 재정 부담으로 조달할지, 미래 세대의 재정 부담인 국가채무로 조달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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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권(오른쪽)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해 10월 23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 정부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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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연말에 추진한 ‘맞춤형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연내에 맞춤형 일자리 5만9000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당시 야권을 중심으로 “통계지표를 일시 개선하기 위한 ‘가짜일자리’”라는 비판이 많았지만, 정부는 실제 연말까지 5만1106개의 일자리를 신설했다.

이에 대해 예정처는 “대부분 (같은 해) 11~12월에 1~2개월간 진행된 단기 일자리 사업”이라며 “당초 직접일자리는 취업 취약계층이 장기 실업에서 벗어나 민간 일자리로 취업하도록 지원하는 게 목적인데, 1~2개월 단기 일자리는 취약계층 취업 지원의 효과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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