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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온도·사료까지 컴퓨터가 조절…6명이면 닭 3만마리 사육 거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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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동물복지 유정란 생산 농가 `이끌림 농장` 축사 내부에서 김로운 농장장이 농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반 양계장에서는 7만~8만마리를 기를 수 있는 1344㎡ 규모 축사에서 이 농장은 8000마리를 키우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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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을 낳는 닭(산란계)은 지방간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노른자에 들어 있는 풍부한 지방 성분을 생성하기 위해 간에서 지방을 합성하는 양이 많아져서다.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동물복지 유정란 농장 '이끌림 농장'에서는 닭의 지방간을 막기 위해 직접 기른 새싹보리를 먹인다. 새싹보리는 지방 분해 효과가 뛰어나 사람들도 다이어트에 많이 활용하는 작물이다. 하루에 250~300㎏의 새싹보리를 먹어 치우는 닭 먹성을 감당하기 위해 농장은 보리를 밭에 심는 대신 6단짜리 실내 스마트농장에서 재배해 효율성을 높였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식품이 각광받으면서 농업에 기술을 결합한 '팜테크' 동물복지 농장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찾은 이끌림 농장 축사의 두꺼운 철문을 열자 닭 8000마리가 들어찬 1344㎡(약 407평) 규모 내부가 드러났다. 축사 내부 온도는 26도로 외부 기온(28도)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었다. 김로운 농장장에 따르면 이곳 닭은 좀처럼 사람을 볼 일이 없다. 온도·습도를 조절하거나 사료와 물의 양을 측정하는 등 사람 손이 가는 일을 대부분 자동화했기 때문이다. 2만6446㎡ 용지에 자리 잡은 6개동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6명밖에 되지 않는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란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돼지·닭·오리 농장에 대해 국가에서 인증하고 인증 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제도다. 2012년부터 달걀에 표시가 시작된 후 대상이 점차 확대됐다. 2017년 '살충제 달걀'의 원인으로 좁은 공간에서 과하게 많은 산란계를 키우는 방식이 지목되면서 소비자 관심도 커졌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이끌림 농장'은 동물복지 하면 흔히 떠오르는 방사형 농장이 아니다.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방목형 농장의 실외 방목장은 닭 1마리당 1.1㎡ 이상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낮에는 닭이 방목장을 항상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살아 있는 풀이나 관목 등이 있어야 한다. 야생동물 출입을 차단하는 시설과 쉼터 등도 지어야 한다. 조건이 까다로워 농장을 제대로 갖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산란율도 70%대로 떨어진다.

평사형 농장은 축사에서 닭을 키운다. 닭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닭 사육 밀도는 바닥면적 1㎡당 7마리 이하가 권장된다. 이끌림 농장도 일반적인 케이지 농법으로는 7만~8만마리 닭을 기를 수 있는 규모이지만 8000마리 닭을 기르고 있다. 김 농장장은 "닭은 땀샘이 없어 온도·습도에 예민하고 호흡기 계통 질병에 취약하다"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닭을 방목하는 것보다는 쾌적한 축사에서 키우는 편이 닭이 받는 스트레스나 산란율 측면에서 낫다"고 설명했다. 이끌림 농장 산란율은 93~96%다.

건강하고 윤리적인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복지 축산품에 대한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물복지 달걀 상품군 매출은 100%가량 성장했다. 롯데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매출이 30.4% 증가했다. 마켓컬리는 2017년부터 동물복지 달걀을 판매하기 시작해 지난해부터는 자체브랜드(PB)로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6월 해당 상품 매출은 464% 늘어났다.

소비자가 동물복지 달걀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한욱진롯데백화점 치프바이어는 "농장과 지정농장 협약을 맺고 지속적으로 달걀을 공급할 계획"이라며 "이달 말 단독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고 온라인 정기배송 서비스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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