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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전통시장에 문화 입혔더니 매출 27%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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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통시장 특성화사업

매일경제

부천 역곡상상시장은 만화를 콘셉트로 시장을 특성화하면서 젊은 고객이 늘고 매장 매출도 증가했다. 시장 곳곳에 머털도사, 빼꼼 등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사진 제공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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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1호선 부천 역곡역에서 2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걷다 보면 머털도사, 빼꼼 등 낯익은 만화 캐릭터가 즐비한 거리가 나온다. 시장을 소개하는 입구 간판이나 시장 내 곳곳에 있는 입간판에도 만화 캐릭터가 있다. 아케이드 양옆으로 늘어선 가게 간판들도 오렌지색으로 통일해 매장 특성에 맞는 만화가 그려져 있다. 자세히 보면 과일, 쌀, 생선 등의 가격을 표시한 푯말에도 만화들이 작게 그려져 있다. '역곡상상시장'(옛 역곡북부시장)은 전국 전통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만화를 주제로 한 특성화 시장이다.

남일우 상인연합회장은 "예전에는 60대 이상의 고령층 상인이 많아 폐점 후에 빈 상점이 띄엄띄엄 있었다"며 "요즘은 20·30대 젊은 상인들이 그 자리를 채우면서 시장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말했다.

1984년 문을 연 역곡상상시장은 연립주택 등 주거지역에 둘러싸여 있어 근린시장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인근에 대형 할인점 등이 들어서고 쇼핑 트렌드가 변하면서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상권이 서서히 침체됐다. 고민 끝에 상인들은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열리는 지역 특성을 살려 만화를 콘셉트로 시장을 차별화해 보기로 결심했다.

남 회장은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자비를 들여 일본 돗토리현을 방문해 만화거리 등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열의가 높았다"며 "지금은 국내 다른 시장뿐 아니라 중국 CCTV 취재진도 찾아와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벤치마킹해 가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부터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원하는 문화관광형 특성화 사업에 지원해 만화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강화했다. 시장에 상상만화마을을 조성해 젊은 고객들의 볼거리를 만들고, 지역 만화가들과 함께하는 캐리커처 그리기, 만화 체험교실 등도 운영한다.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부천국제만화축제 기간에도 관련 행사를 다채롭게 할 예정이다. 전통시장에 문화 콘셉트를 입히자 시장 분위기가 밝아지며 고객이 늘어나고 매출도 덩달아 증가했다. 특성화 사업을 이끄는 전영애 육성사업단장은 "만화 콘셉트를 추진하면서 시장에 아이를 데려오는 주부가 많아진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며 "다른 전통시장에서는 상인이나 고객 모두 고령화되고 있지만 역곡상상시장은 반대로 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체 매장 121곳 가운데 20~40대 상인이 6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상인 연령대가 낮아졌다. 아케이드 양옆에 늘어선 쌀가게, 과일가게, 반찬가게 등에서 20·30대 젊은 상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청년들이 시장에서 창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모님 대를 이어 시장을 지키려는 젊은이도 늘고 있다고 한다.

강규혁 만나농산 대표(38) 역시 일찌감치 대를 이어 역곡상상시장에서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다. 강 대표는 14년 전 다른 일을 하다가 부모님 건강이 나빠지자 방앗간 일을 돕기 시작해 지금은 가게 사장이 됐다. 그동안 3대였던 고추기계는 11대로 늘었고, 기름기계도 1대에서 3대로 늘었다. 강 대표는 "길 건너 역곡남부시장이 10여 년 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이 살아나고 가게 매출이 늘어나자 주변 골목으로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만화 콘셉트로 특성화를 추진한 뒤 매장 20곳의 카드 매출을 1년 전과 비교한 결과, 평균 50.76% 증가했다고 한다. 젊은 고객이 늘어 카드 사용이 늘어난 것을 감안해서 현금 매출까지 포함하더라도 평균 26~27%가량 매출이 늘어났다. 이런 영향으로 예전에는 매장이 폐점하면 꽤 오랫동안 공실이었지만, 지금은 바로바로 채워진다고 한다.

상인들은 역곡상상시장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 시장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가마다 매달 5만원씩 회비를 모아 월 120만원가량의 충당금을 시설 유지 등에 활용한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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