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2 (일)

디케이, 금형기업서 AI 에어가전社로 도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김보곤 디케이(DK) 대표가 광주광역시 광산구 평동산단에 있는 회사 내 제품 홍보관에서 자체 생산 브랜드인 `DK 공기청정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기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부품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평동산단에 있는 디케이(DK) 김보곤 대표는 창사 30주년(2023년)을 앞두고 '미래 먹거리'로 부품소재 산업을 꼽았다. 김 대표는 "2021년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디케이는 광주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이자 에어(air)가전 전문기업이다.

김 대표는 "한 단계 도약하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장을 통해 재원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향후 투자를 집중할 분야는 주로 에어가전에 필요한 인공지능(AI) 시스템과 이와 관련된 부품소재다. '평범함'을 벗어난 획기적인 기술력을 담아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공기청정기 등 에어가전에 AI와 연계한 청정 기능이 뛰어난 필터를 개발하는 게 첫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부품소재 쪽을 키우면 창사 30주년 즈음에는 매출이 현재(1939억원·2018년 말 기준)보다 2배 이상 커진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광주 금형산업의 '산증인'이다. 광주기계공고를 졸업하고 대우중공업에 취직했다. 이곳에서 금형과 설계를 담당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동양정공이라는 프레스 회사로 옮겨 생산 관리를 맡았다. 이후 1993년 퇴직금 3000만원을 밑천 삼아 평동산단에 금형프레스 전문 업체인 대광산업을 설립했다. 김 대표와 직원 5명, 330㎡(약 100평)짜리 공장이 전부였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 협력업체로 등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너무 영세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광주사업장에서 자동판매기를 생산했다. 김 대표는 자판기 오류를 최소화하는 핵심 센서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당시 커피 자판기는 코인을 넣으면 컵만 나오거나 커피가 절반만 나오는 일이 다반사였다"면서 "이 같은 에러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로 삼성전자 협력업체에 등록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지금까지 25년간 삼성전자 파트너로 가전제품 조립에 필요한 부품 800여 개를 납품해 왔다. 주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김치냉장고의 금형과 부품이다. 현재는 삼성전자에서 의뢰받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도 생산한다. 삼성전자에서 판매하는 세탁기, 김치냉장고용 김치통, 건조기용 물 받침대 등을 납품하고 있다.

2001년에는 태국 유명 관광지 파타야 인근인 촌부리에 현지 공장을 세웠다. 현지에 삼성전자 가전공장이 들어서자 부품을 납품하기 위해서였다. 촌부리에 위치한 공단에는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일본 도시바, 소니, 미쓰비시 등 세계적인 가전 업체가 입주해 있다.

초창기에는 삼성전자에만 납품했지만 지금은 일본 기업 주문이 더 많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 매출 비중이 30%밖에 안 된다"면서 "현지에 입주한 외국 기업 주문량이 두 배 이상 많다"고 했다.

뛰어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태국법인에서만 지난해 5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금형에서 인정받은 김 대표는 회사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스마트 에어가전 'DK'를 태국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2012년 '디에떼(d'ete)'라는 명칭으로 생산했으나 제품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는 회사명을 자체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 DK 스마트 에어가전으로 공기청정기, 제습기, 레인지 후드 등 3가지 품목 15종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지역에서 판매되는 에어가전은 대부분 일본 제품으로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지 않다"면서 "DK 에어가전을 현지에서 생산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DK 에어가전의 첫 제품은 제습기였다.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우리나라 기후 특성에 착안해 개발했다. 에너지효율(1등급)을 높이고 제습력, 음이온 발생, 풍량 조절 등 기능을 갖췄다.

제품 출시 2년 만에 우수디자인, 한국형 히든챔피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 등을 수상했다.

두 번째 제품으로 공기청정기를 선보였다. 공기 정화는 물론 냄새 제거, 살균 탈취 기능까지 더했다. 이를 위해 4단계 청정 필터를 사용했다. 먼지와 애완동물 털을 제거하는 프리필터, 유해가스와 담배·음식 냄새를 없애주는 탈취필터, 초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헤파필터, 마지막으로 세균 증식을 억제하고 항균 기능을 하는 광촉매필터를 순차적으로 배치했다.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탑재한 레인지 후드도 내놨다. 주방의 오염원을 제거해 쾌적한 주방 환경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3년간 전국적으로 신규 아파트 2만8500가구에 레인지 후드를 납품했다.

DK 에어가전은 제품의 기능성을 키웠고 대기업 제품보다 30%가량 저렴하다. 그리고 전국 30곳에 AS센터를 갖췄다. 고객이 콜센터로 연락하면 48시간 내에 처리를 완료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지역밀착형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춰 고객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면서 "회사 이미지와 제품 신뢰도를 높여야 중견기업도 생존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어 "전체 매출 중 10%를 자체 브랜드(에어가전) 제품으로 채우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현재 광주지역 에어가전 업체들로 구성된 공기산업진흥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50여 개사가 참여하고 있다"면서 "광기술원, 광주테크노파크 등 전문 연구기관과 기업이 함께 연구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별로 특화된 부품을 생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어 통합된 브랜드로 판매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김 대표는 "광주를 공기 산업 메카로 만들기 위해 고급스럽고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 네이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케이가 금형 부품 업체에서 에어가전 전문 업체로 '제2의 도약'이 가능했던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경영철학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고스란히 나타난다. 두 번의 큰 위기에서 함께 고통 분담을 하거나 직원 수를 오히려 늘렸다. 김 대표는 "IMF 때는 해고 대신 고통 분담을 택했고 밀린 급여와 상여금은 1년 뒤 경영이 정상화돼 모두 지급했다"고 말했다. 그때 함께했던 직원들이 지금은 회사의 핵심 요직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2008년에는 신규채용을 확대해 당시 163명이었던 직원이 250명으로 늘어났다.

김 대표는 연구개발(R&D)에도 열성적이다. 디케이는 매년 매출 중 7%가량을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다. 김 대표는 "고객이 주문하면 어떤 제품도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사내 혁신동아리 활동을 강화했고 분임조 경진대회 출전도 적극 장려했다.

경영실적도 직원들과 모두 공유한다. 김 대표는 "회사 경영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족하거나 잘못된 점을 찾아내면 회사 재정은 건실해진다"고 말했다.

▶▶He is…
△1959년 전남 나주 출생 △광주기계공고 △전남대 경영학과 △호남대 경영학 석사 △한국무역협회 이사 △평동산업단지협의회 회장 △한국발명진흥회 광주지회 회장 △광주상의 부회장 △광주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디케이(DK) 대표이사

[광주 = 박진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