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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文의 8·15 메시지…파국 치닫는 韓日 `돌파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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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부인 김정숙 여사와 취임 첫해인 2017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만세를 부르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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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광복절은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맞이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경제 상황도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그래서 대통령 경축사에 국내 정치권은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 이목이 대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경축사는 향후 한일 관계에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내용에 대해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정 운영 방향을 시사해왔다. 그래서 청와대는 보통 3개월 전부터 미리 광복절 기념사를 준비한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앞당기기 위한 소신과 한일 관계에 대한 철학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관계자는 11일 "이번 경축사에는 '평화경제' 구상에 대한 보다 진전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내용이 주목되는 것은 지난 5일 문 대통령이 한일 관계를 언급하면서 평화경제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주말에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15일 예정된 광복절 축사에 대한 구상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마다 주목받았던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는 올해 한일 갈등, 북한 이슈 등 엄중한 한반도 상황이 맞물리면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가속화해 일본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의 절실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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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친일 잔재 청산'과 관련한 직접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지난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에서 이미 언급했기 때문에 다시 언급하지 않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냉철한 자세를 견지해야 할 시점에 친일 논쟁은 오히려 소모적인 국론 분열과 이념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친일 역사는 결코 우리 역사의 주류가 아니었다"며 "친일은 반성해야 할 일이고, 독립운동은 예우받아야 할 일이라는 가장 단순한 가치를 바로세우는 일이 정의"라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지난해 광복절은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예정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도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번영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1년 전과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광복절 전까지 한일 관계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면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해 처음으로 해결을 촉구한 대통령이다. 취임 첫해인 2017년 기념사에서 "한일 관계에 걸림돌은 과거사 그 자체가 아니라 역사 문제를 대하는 일본 정부의 인식 부침에 있다"며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 역사 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보상, 진실 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이라는국제사회의 원칙이 있다.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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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5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위쪽)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06년 제6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매경DB]


이 원칙은 문재인정부 대일 기조의 근간이 됐다. 박근혜정부 당시 맺었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파기를 선언했고 강제징용 개인 배상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이를 일본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도 광복절 기념사로 풀었다. 북핵 위기가 심화됐던 2017년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한다. 남북 대화의 기회로 삼고, 한반도 평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에 호응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방한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텄다.

역대 대통령들은 저마다 기념사를 구성하는 스타일이 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참 꼼꼼했다고 한다. DJ 마지막 비서관인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은 "대통령께서는 마지막까지 몇 차례를 수정하셨다"며 "'이것 빼라, 표현을 바꿔라' 하시기도 했고 행사 직전까지도 원고를 고치셨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연설비서관을 불러 자신이 기념사에 담고 싶은 내용들을 설명하듯 말했다. 이른바 '구술'이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 기념사는 구체적이고 또 호소력이 짙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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