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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폭염에 질식사고 2명 중 1명 사망… 밀폐공간 작업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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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오폐수처리장 작업 가장 위험

세계일보

연일 폭염이 지속되면서 밀폐 공간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들의 질식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질식사고 사망률은 일반사고 사망률의 40배를 넘길 정도로 치명적이어서 방심은 금물이다.

11일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질식사고는 총 95건으로 150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절반(50.7%)에 달하는 76명이 숨졌다. 질식사고가 생기면 2명 중 1명이 사망했다는 뜻이다. 1.2% 정도인 일반 사고성 재해 사망률과 비교하면 42배나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 6월19일 오전 경기 화성의 한 사업장에서 방진마스크를 쓰고 세척조 내부에 들어가 청소하던 근로자가 숨졌다. 인체에 치명적인 고농도의 트리클로로에틸렌(TCE) 증기에 중독된 것. 세척조에는 냉각핀이 설치돼 외부로 유증기가 배출되지 않도록 가동 중이었는데 모르고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앞서 2017년 6월에는 전북 군산의 하수관거 정비공사 현장에서 이물질로 막힌 하수관거 정비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맨홀 내부 점검을 마치고 올라오다가 산소결핍으로 의식을 잃고 추락했다. 이를 보고 놀란 동료 근로자가 구조하러 뛰어들었다가 함께 의식을 잃고 숨졌다.

업종별 질식사고 발생자 수를 보면 건설업이 33명(43.4%)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24명, 31.5%), 기타의사업(10명, 13.2%), 농업(8명, 10.5%) 순이었다.

세계일보

원인별로는 황화수소가 23명(30.3%)으로 가장 많았다. 황화수소는 폐수나 오염 침전물(슬러지)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가스로, 급성 폐 손상이나 호흡마비를 일으키는 독성 가스다. 최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 공중화장실 정화조에서 황화수소가 새어 나와 여고생이 의식을 잃기도 했다. 다음으로 산소결핍(15명, 19.7%)과 일산화탄소(13명, 17.1%) 등이 뒤를 이었다.

발생 장소별로는 맨홀·오폐수처리장이 22명(28.9%)이었고 △기계설비 내부(14명, 18.4%) △저장탱크(11명, 14.5%) △배관내부(8명, 10.5%) △콘크리트 양생장소(6명, 7.9%) △양돈농가 정화조(7명, 9.2%) 순이었다.

공단은 개인하수 처리시설과 화학설비 보유업체, 조선업체 ‘질식 3대 위험영역’을 집중관리하고 있다. 우선 ‘질식 3대 위험영역의 기초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관리 중이다. 실태조사를 통한 위험도 평가를 진행하고, 안전조치 컨설팅도 제공한다. 전년도 위험도 평가에서 고위험 사업장으로 지정된 곳에는 작업 시점에 직접 방문해 안전조치 이행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대표적인 3대 영역(공공하수, 콘크리트 양생장소, 양돈농가) 질식 사망은 크게 줄었으나 저장용기와 기계설비 내부 질식 사망이 늘었다. 공단은 이에 따라 올해 기존 3대 위험영역 외에 저장용기와 기계설비·배관·선박 내부 등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공단은 올해 고위험 사업장 밀착 기술지도(2000곳)와 실태조사 및 위험도 평가(9500곳) 등 모두 1만1500개 사업장의 질식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질식 3대 위험영역 내 질식사망자를 연간 10%, 고위험군 사업장 위험도를 20% 줄인다는 목표다.

공단 관계자는 “사업주는 사업장 안에 어디가 밀폐 공간인지 확인하고 평상시에는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면서 “작업을 위해 들어가야 하는 경우에는 산소와 황화수소 등 유해 가스 농도를 측정해 적정 공기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반드시 환기를 하면서 작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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