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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베이비시터? 이젠 `에듀시터`…인성·습관도 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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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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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워킹맘 이지현(가명) 씨는 최근 여름방학을 맞아 초등학생인 두 자녀의 생활습관과 학습태도를 바로잡아 줄 시터(sitter)를 고용했다. 시터는 주로 두 자녀가 학원을 다녀온 오후 늦은 시간대부터 이씨가 퇴근하기 직전까지 자녀들의 가정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시터는 이씨 부부를 대신해 두 아들이 방학 동안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고,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꼼꼼히 기록한 뒤 이를 이씨와 협의해 문제점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말을 제외한 일주일에 5일 회당 3~5시간을 돌봐주는 대가로 이씨는 시터에게 월 200만원가량의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있다. 이씨는 "(시터가) 과거 과외 교사를 오래 했던 경험이 있어 종종 두 아이의 학원 숙제나 공부도 도와주고 있다"며 "과외와 학원비까지 합치면 한 사람 월급이 고스란히 두 아들에게 들어가지만, (맞벌이 부부로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봐줄 수 있는 여력이 없다보니 그만큼 비용을 많이 쓰더라도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주로 가정이나 학교를 통해 배우고 익히는 인성·지성 교육이 사교육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본래 영유아를 둔 워킹맘이 자녀의 유치원(어린이집) 등하원과 근무시간 내 돌봄을 위해 베이비시터(육아 돌보미·육아 시터)를 고용하는 문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학생 이상까지 자녀가 자란 경우에도 돌봄보다 교육에 더 중점을 둔 이른바 '에듀시터(education+sitter·학습시터)'에게 자녀의 인성교육이나 생활습관, 학습 방식 개선 등을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녀를 둔 가정의 반 이상이 맞벌이인 상황에서 그동안 시터의 도움을 받아 자녀를 양육하는 데 익숙했던 30·40대 워킹맘을 중심으로 이 같은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집계 기준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유배우 가구(배우자가 있는 가구)는 총 440만7000가구다. 이 가운데 맞벌이 가구 비중은 51.0%(224만7570가구)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상승했다. 즉 자녀를 둔 우리나라 가정의 과반수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맞벌이 가구 비중은 자녀의 모든 연령대에서 상승했다. 6세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는 2017년 41.6%에서 2018년 44.2%로 2.6%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7~12세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 비중 역시 51.3%에서 54.2%로 증가하는 등 상승폭이 2.9%포인트에 달했다. 13~17세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도 58.1%에서 59.6%로 늘었다.

이처럼 워킹맘이 대세가 된 분위기 속에서 자녀의 성장 과정마다 필요한 교육을 가정이 아닌 사교육 인력이 대신해 주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한 워킹맘은 "예전엔 방학 때 무작정 학원을 돌렸는데, 요즘 들어선 (엄마들끼리도)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지 않기 위해 시터를 두는 것"이라며 "보통 아이의 식사습관이나 책 읽기, 말하는 태도 등 생활 전반을 보고 (개선해야 할 점을) 가르쳐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자녀가 학교에 가지 않는 방학 기간 중에 많다는 전언이다. 현재 맞벌이 부부들이 주로 활용하는 시터 서비스 형태는 기존에 익히 알려진 베이비시터를 비롯해 영·유아 및 아동의 놀이 활동을 주로 돕는 놀이시터, 아동의 독서 활동을 돕는 북시터, 보육보다 학습에 중점을 둔 교육 전문 시터(에듀시터), 학습이 아닌 놀이를 통해 아동의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을 둔 영어시터, 자기주도학습 개선과 학습 관리를 돕는 스터디시터 등으로 다양하다. 북시터와 영어시터는 놀이시터에서 파생된 형태로, 주로 영·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이 주된 대상이다.

이어 고등학생 이상 자녀가 있는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선 종종 대입 준비 과정에서 학습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관리해주는 스터디시터를 고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비용 측면에선 범주가 넓은 편이다. 시급 1만원 전후로도 구할 수 있는 시터가 있는 반면, 경력과 관련 전공 유무에 따라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시터도 드물게 있다. 가령 서울 강남 일대에서 아동미술심리상담 경험이 많고, 보육교사자격증이나 교원자격증 등까지 갖춘 에듀시터의 경우엔 월 단위 최소 300만~500만원 선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씁쓸함을 표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반응도 상당하다. 한 워킹맘은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계속 남의 손에서 키웠고, 초등학생이 된 지금도 사교육을 통해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는 사실에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다"며 "비용적인 부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까 생각한 적도 많았는데, 그럼에도 직장을 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맞벌이 부부 자녀들을 케어해 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좀 더 세밀하고 탄탄하게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전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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