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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맞불카드’ 확정 못한 정부 … 한·일관계 보며 ‘대응’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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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맞설 대책 고심 / WTO 제소·백색국가 日제외 계획 / 큰 틀 짰지만 구체 내용 못 정해 / 제소시 결론까지 최소 1년 걸려 / 청와대 “백색국가 제외 시기 연기” / “계획 중단 아닌 검토 위해 보류”

세계일보

일본의 대한(對韓) 무역규제에 맞선 ‘맞불 카드’를 놓고 정부의 장고가 깊어지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에 이어 전략물자 수출우대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규제 수위를 높였지만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나 백색국가 일본 제외 등의 총론만 내놓은 채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지 않고 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WTO 제소 준비는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통상 당국은 일본과의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역전승’을 거둔 산업부 통상분쟁대응과를 주축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뒷받침할 법리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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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본의 부당성을 증명할 법적 근거는 많지만 이 중에서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11조가 주된 공격의 근거로 쓰일 전망이다. GATT 11조 1항은 WTO 회원국이 수출허가 등을 통해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은 GATT 1조 1항 ‘최혜국 대우 의무’를 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이 최근 1건의 수출허가를 내 준 것도 한국이 이 같은 조항들을 근거로 삼아 WTO에 제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면피성 허가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의 WTO 협정 위반은 수출허가 1건으로 무마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WTO 제소를 위한 첫 절차는 양자협의 요청이다. 한국이 제소장 역할을 하는 양자협의 요청서를 상대국인 일본에 내면 정식으로 제소 절차가 개시된다. 이후 60일 간 당사국 협의가 진행된다. 이 기간 안에 양국이 합의를 보지 못하면 제소국은 WTO 분쟁해결기구에 국제 통상법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패널 설치를 요청하게 된다. WTO 분쟁해결기구는 1개월가량 패널을 구성한 뒤 긴급 사안은 최대 3개월, 일반 사안은 최대 6개월까지 검토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여기에서 승패가 판가름난다. 불복할 경우 상소로 이어지는데, 당사국이 상소한 날부터 60∼90일 이내에 자국 입장을 설명하는 상소 보고서를 제출하면 분쟁해결기구 위원들은 패널 보고서와 상소 보고서를 토대로 최종 판정을 내린다. 양자협의 요청에서 상소 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약 1년∼1년3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이르면 이달 중순쯤 한국이 양자협의 요청서를 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산업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신중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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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규탄 4차 촛불문화제''를 마친 참석자들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안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백색국가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기준으로 ‘가’ 지역에 해당하는 29개국이다. 바세나르체제, 핵공급국그룹, 오스트레일리아그룹, 미사일기술통제체제 등 4개 국제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가 대상이다. 북한(제3국 경유 재수출에 한정), 중국 등은 ‘나’ 지역에 속한다. ‘가’ 지역은 사용자포괄수출허가를 받으면 되지만 ‘나’지역은 개별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전략물자 수출지역 분류인 ‘다’ 지역을 신설하고, 여기에 일본을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다’ 지역에서는 수출 처리 기간이나 유효기간을 일본 수준으로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 지역 신설 등을 위한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은 지난 8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단 연기됐다. 다만 연기가 계획 중단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가 잠시 검토를 위해 보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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